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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Aug 17. 2023

소심한 영어의 시작


"아...! 영어 회화 공부 좀 미리 할걸!!"  

초등학생 때부터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했지만, 영어 회화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은 없다. 학창 시절엔 영어 듣기 평가 점수를 받기 위한 리스닝 공부, 대학 때는 토익스피킹 점수를 따기 위한 벼락치기 공부 정도 했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미국 주재원이 된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게 되었다.


미국에 와서 보니 영어 문장을 백날 외워도 실제 대화에서 그 문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걸 말하는 게 정중한 표현인지, 실제 잘 쓰는 단어인 건지, 다른 의미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다 보면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어라, 근데 나 사실 한국말도 잘 못하잖아."

 그러고 보면 나는 사실 한국말로도 말을 잘하지 못한다. 전형적인 K장녀로 자란 나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 믿었다. 인내심이 강한 것, 그게 내 유일한 자랑이었다. 부당한 결과 앞에서도 참고, 손해 보는 상황에서도 참았다. 분란을 만드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 나는 소심하다.


소심한 사람이 영어를 하려고 보니, 배로 힘들다. 상대방의 유창한 영어 앞에서 나는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가 더 작아진다. 상대방이 안 들린다고, 인상을 찌푸리면 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그럼에도 영어를 해야 한다, 나는 엄마이니까."

 내가 만약 아들이 없다면, 집에서 한국 드라마나 라디오를 들으며 가끔 마트에서 셀프계산대와 각종 키오스크들만 쓰며 살았을 것이다.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을 제대로 지켜주기 위해 나는 영어를 써야만 할 때가 생긴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영어학원이나 ESL 수업을 들으면 더 빨리 실력이 늘겠지만, 나는 아직 돌도 되지 않은 딸도 있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소심한 내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문장들을 기록해 두고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그 말을 내뱉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다행히 나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해외이주여성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테이크루트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30분 동안 실생활에 필요한 영작을 상세하게 코멘트해주는 '루트잉글리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8월부터 루트잉글리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주일 동안 '소심해서 하지 못했던 말'을 모아 공부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 유창하게 그 말을 할 수 있길 바라며!



출처: freepik / 영어 못한다고 소심하게 풀 죽어 있지 말고, K장녀의 인내심으로 꾸준하게 공부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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