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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Aug 26. 2023

It's okay 뒤에 하지 못한 말


미국에 와서 외식 횟수가 줄었다.

한국보다 훨씬 더 집밥을 많이 하게 된다. 가장 이유는 캘리포니아 산호세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지만,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다는 것, 무엇보다 영어를 써야 한다는 심리적인 이유도 크다. 자주 안 가다 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영어 실수를 하고, 또 그래서 안 가게 되고... 악순환이다. 아니다, 돈을 절약하게 되니 선순환인가?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 자체는 알고 보면 쉽다. 

미국에서는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빈자리가 보인다고 먼저 앉으면 안 된다. 직원은 우리 일행이 몇 명인지, 안에 앉을 것인지 밖에 앉을 것인지 확인한 후 자리를 안내하고, 준비가 되면 주문을 받는다. 식사한 후에는 내가 처음 안내받았던 직원에게 결제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 그 직원에게 팁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어렵다기보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한국사람에게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다만, 미국에서의 외식에 심리적 거리가 생기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을 영어로 잘 알아듣고, 또 내가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에 온 지 1년이나 되었으니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사실 아직도 주문할 때마다 두렵다. 내가 말을 못 알아듣거나, 그 사람이 내 말을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서인지, 레스토랑에 가면 다 아는 영어인데도 어이없이 실수할 때가 생긴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내가 왜 그 말도 못 했지? 하고 이불킥 한 적이 많다.


#1.

얼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가족여행길에 레스토랑을 갔다.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20분이 지나도 음식이 안 나왔다. 애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나도 뭔가 잘못됐다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이 먼저 큰 소리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들이 큰소리를 낸 게 미안해서 다급하게 미안해요, 근데 왜 음식이 안 나와요? 허고 물었다. 직원이 주방에 들어가서 확인하더니, 영어로 길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했다. 대충, 실수로 음식이 아직 주문 들어가지 못했고 대신 할인해 주겠다는 말로 이해했다. 무척 화가 났지만 할인해 준다기에 나는 “It's okay."라고 답하고 말았다. 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더 물으면, 그 사람을 귀찮게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계산할 때 보니 할인이 적용돼 있지 않았다. 내가 말을 잘못 알아들었었나? 그런데 나는 이미 “It's okay."라고 말하지 않았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시 의미를 되물었어야 한다. 특히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말이다.


음식 나올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아직 주문이 안 들어갔다는 말인가요?
할인을 해준다는 말인가요?
할인을 적용해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How much longer will we have to wait for our food?
Are you telling me that my order hasn't been placed yet?
So is that right that you're going to give us a discount?
Didn't you say you'd give me a discount?


#2.

또 하나, 레스토랑에서 하지 못했던 말 중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아들 친구와 플레이데이트를 한 후 그 집 부모와 함께 레스토랑을 갔다. 나는 음식 주문을 할 때 우리가 따로 계산할 건지, 돈을 나눠낼 것인지 궁금했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어물쩍 거리는 사이에 아들 친구 엄마가 내게 뭐 주문할 거냐고 물었고, 내가 메뉴명을 말하자 그분이 주문하고 나중에 계산까지 하셨다. 우리가 나눠서 주문하거나 내가 돈을 따로 드려도 되는데 이미 계산한 상태에서 되돌릴 수도 없었다.


나는 갑자기 식사를 얻어먹게 되어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은 식사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가 영어표현을 몰라서 상대에게 빚을 지게 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제대로 말을 할 것을!


같이 계산하고 계좌이체 할까? 나눠서 따로 계산할까?
Do you want to share the tab pay together and pay me back or ask for separate checkssplit it up and do it separately?


루트잉글리시 혜란 선생님께서 유사한 표현으로 아래와 같은 말도 있다고 알려주셨다.  

Let me know how you want to split this bill.

Do you want to split the bill or ask for separate checks?

Should we split it evenly and everyone pays the same amount, or should everyone just pay for what they ordered? I can put it on my card and you can pay me back.


그 외에도 레스토랑에서 돈과 관련해 많이 쓰는 표현은 외워두자.

to cover/pick up the bill은 둘 이상의 단체모임에서 한 사람이 신용카드나 현금 등으로 계산할 때 쓰는 말  EX) I’ll cover/pick up the bill and you can pay/Venmo me back.

to go dutch: 각자 먹은 만큼만 내기 to split the bill (evenly): 전체금액을 사람 수만큼 나눠서 모두 똑같은 금액을 내는 것

to ask for separate checks: 음식 주문할 때 처음부터 식당 직원에게 각자 따로 계산서를 달라고 얘기해 놓는 방법


어디서나 돈 관계는 깔끔해야 좋다. 주문하고서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 It's okay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괜찮지 않을 때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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