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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Sep 12. 2023

소심한 한국엄마의 도전

학교 봉사활동을 신청하다



영어공부? 아기 키우기에도 바쁜데 왜?


어떻게 마음먹냐에 따라, 사실 미국 주재원 생활하는 동안 영어 공부는 하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산호세는 중국인, 인도인, 한국인의 비율이 아주 높다. 영어가 외국어인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혼자 영어를 못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어린 둘째 딸과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다. 집 근처에 여러 개 있는 한국마트를 다니고, 한국 지인들과만 교류를 하면 영어를 쓸 일이 잘 없다. 무엇보다 조금 있으면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데, 굳이 영어를 해야 할까?


아들 학교에 하원으로 데리러 가면 1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는데, 그때 내가 영어를 못해서 학부모들과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그 시간이 지옥같이 느껴진다. 아들이 미국 친구와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할 때 내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그걸 피할 수는 없다.


문득 길을 걷다가,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밖에서는 언어도 불편하고 문화도 낯설어서 무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의 존재를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새로운 언어로 나를 표현하고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집 안은 너무나 안락하지만, 집에만 있는 것, 만나는 사람하고만 만나는 것은 나를 인간답지 못하게 만들었다.



피할 바에야 그냥 뛰어들자는 심정으로 학교 봉사활동을 신청하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학부모의 봉사활동을 독려한다. 작년에 아들이 킨더로 입학했을 때에도 봉사활동을 지원을 받았다. 그때는 둘째 딸을 막 낳은 시점이라, 모유수유를 하는 딸을 두고 학교 봉사활동을 갈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였다.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영어로 말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부담스러워서 봉사활동 신청을 못했다.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봉사하러 가면 오히려 방해가 될까 봐 섣불리 나서지 못한 것이다.


얼마 전 아들이 1학년에 입학하고, 작년처럼 또 봉사활동 신청서가 날아왔다. 나는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봉사활동을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봉사활동을 해볼 방법을 찾아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봉사활동 신청서를 노려보며 나는 속으로 외쳤다.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게 있다면 미국에서는 다 벗어버리자! 그리곤 가장 하기 싫었던 교실수업 봉사활동에 동그라미를 쳤다. 내 안에 나를 가두고 있던 동그라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남편은 금요일에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다. 한국 시간에 맞춰서 일하기에 미국 금요일 오후는 한국에서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금요일에 늦게 퇴근하는 대신, 오전에 아이 봉사 활동에 가게 시간을 좀 비워달라고 했다. 나 봉사활동 꼭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며 말이다.



미국의 참 부러운 문화, 학교 봉사활동


요즘 미국은 학교 선생님이 부족해서 난리이다.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에 선생님 월급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안정적인 평생직장 보다, 몸값을 높여가며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게 당연한 문화라, 어떤 사명감 없이는 ‘선생님’을 꿈꾸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학부모의 봉사활동을 독려한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면 선생님이 교실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힘들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좀 더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게 하려면, 선생님이 편해야 하고, 그러려면 부모가 선생님을 도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국가에서 너무 학부모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이 함께 연계하여 가르칠 때 더 효과적이다. 학부모가 학교 일을 돕는 것이 결국엔 자녀를 위한 것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그 선순환구조를 잘 만든 것 같아 부럽다.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다!


오며 가며 Hi, Bye, 하고 인사만 하던 선생님께 드디어 메일이 왔다. 금요일 오전마다 수학 수업을 도와줄 수 있냐는 문의였다. 나는 메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은 후에, 답장을 썼다.


I'm Emma, Jimi's mom. (My Korean name is Hayeon, but English name is Emma.) I wanted to express my gratitude for the opportunity to volunteer in your classroom. I am excited to be a part of it.

I would like to inform you in advance that while I am eager to help everyon Fridays, I may not be able to attend every single week due to my responsibilities at home. I have a 10-month-old baby, and I will need to coordinate my schedule with my husband’s availability.

Regarding my availability, I will be able to start volunteering from September 22. However, I will be unavailable on October as my husband will be on a business trip to Washington during those dates. As for my schedule beyond that, I will inform you in early October once I have it confirmed.

Additionally, English is not my first language, and I am not very proficient in speaking it. To prepare myself better, could you please provide me with the names of the games we play in the game center? I would like to familiarize myself with the rules of these games in English in advance. This way, I can contribute more effectively when joining you and our classmates.

Thank you once again for this opportunity. I am looking forward to assisting in the classroom and being a part of the learning experience.

Best regards, Emma.


영어 말하기, 듣기에 비해 읽기와 쓰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객관식 문제풀이로만 영어를 공부해 온 나는 메일 쓰는 것도 사실 어려웠다. 몇 번 더 메일을 읽은 후에 드디어 메일 발송! 다음 날 선생님께 답장이 왔고, 영어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참고할 수 있는 수학 영상을 알려주셨다.


아마 나는 학교에 가면 또 어버버 말을 잘 못할 수도 있지만, 영어 못하는 나 자신을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자 싶다. 어차피 원어민은 내 인사말 한마디만 들어도 내 영어실력을 다 알 것이다. 영어도 공부하고, 아들이 어떻게 학교 생활 하는지도 알 수 있고, 선생님께도 도움이 될 학교 봉사활동, 또 여기서 내가

무엇을 배울지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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