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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Oct 01. 2023

내가 너에게 뭘 더 줄 수 있을까?

학교 봉사활동을 가다


핑크색 운동복을 입고 아들 학교에 가다

 아들 학교에 봉사활동 가는 첫날,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평소보다 더 캐주얼한 운동복 바지로 챙겨 입었다. 멋있는 척, 있어 보이는 척하지 않고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색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골랐다. 아이들에게 밝고 환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봉사를 갔다면, 꾸미지 않은 듯 은근하게 꾸민 모습으로 고심해서 옷을 입고 갔겠지만, 이번에 나는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내 결의를 담은 분홍색 운동복 바지를 입은 채로 학교에 갔다.



잊고 있던 나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찾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환대해 주었다. 우리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수학 게임을 해야 했는데, 자꾸 아이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자기 집 고양이 이야기, 지난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전이 된 이야기 등. 내게 자꾸 자기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했다. 나를 보는 그 눈빛이 너무 맑고 예뻐서 이야기를 중간에 끊기 어려웠다.


 집에서 아들에게 수학 공부를 시킬 때 나는 호랑이 선생님이 된다.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안돼" 이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학교에서 본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는 그저 웃음이 먼저 나왔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나를 절로 웃음 짓게 했다. 손가락 하나하나 펴 가며 계산하는 모습도 귀엽게 보였다. 아들에게는 암산을 연습해야 한다며 다그쳤지만 말이다. 학교 봉사활동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실수하거나 장난치면 친절하게 말하는데, 나의 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나는 바로 표정이 굳어 버렸다.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나는 왜그럴까.


 가족 속에서 나는 가족의 일부이다. 가족은 나를 포함한 가장 작은 공동체이지만, 좀 더 커지고 복잡해진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족 속에서 나는 커다란 나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일 뿐,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기가 어렵다. 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자꾸 화가 먼저 나온다.


 나를 객관적인 '나'로 인식하는 이들 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됐다. 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사랑하고 작은 성취에도 감동을 느끼는 사람인데, 일상에서 아들을 대할 때는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지시만 했다.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대하며, 잊고 있던 나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너에게 뭘 더 줄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호칭이 간편하다. 어른들에게도 그저 이름을 부른다. 어린아이들이 내 영어이름 '엠마'를 부를 때, 내 마음은 겸손해진다. 아줌마, 선생님과 같은 어른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나는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애쓰면서 영어를 잘 못하는 두려움도 잊고,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생각하게 된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애정의 한마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밝게 웃어주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아이들은 아주 좋아했지만, 말로 더 표현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제 두 번째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영어 표현 몇 가지를 외워갔다. 수학문제를 고심하다가 풀었을 때, 게임에서 이겼을 때, 글씨를 예쁘게 쓸 때에 나는 그 표현을 몇 가지 썼다.


Thank you for being you.
너 자체로 고마워
You are very helpful.
너는 정말 잘 도와주는구나.
It's so fun being with you.
너랑 있으면 재밌어.
You did an awesome job.  
멋지게 잘했어.
I'm so glad you are here.
네가 있어서 좋아.
You've made my day.
너 덕분에 오늘 하루 행복했어.
Ilike the way you are working.
네가 하는 방법이 좋구나.
You are very creative.
넌 정말 창의적이야.
You can do better next time.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Keep up the good work.
지금처럼 계속 잘해줘.
I knew you could do it.
네가 잘할 줄 알았어.
I know you did your best.
네가 최선을 다한 거 알아.
Fantastic! how did you do that?
굉장하다! 그걸 어떻게 했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바쁜 와중에도 영어를 조금이나마 시간 내어 공부하고 싶다. 그렇게 내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어제 봉사활동 마치고 나오는데, Sanvis가 선물이라며 손에 들려준 그림! 작은 손으로 짚어가며 어떤 그림인지 설명해 줬다. 사랑스러운 너에게 더 사랑스러운 말을 해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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