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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Oct 09. 2023

그림자 너머에 ___ 가 있다.  




 그림자 너머에 반짝이는 보석이 있다. 주고 싶은 보석이 여기에 있는데, 너는 그것을 받았을까? 지친 몸은 시기심과 이기심, 조급함을 모아 곰팡이 냄새가 나는 묵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림자 뒤에서 보석은 빛을 잃었다.


 나는 지난 금요일부터 아이 둘과 꼼짝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금요일 새벽부터 출장을 갔고, 어김없이 둘째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몸을 지치게 했다. 피곤한 몸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모은다. 나는 말수가 줄어들고, 종종 표정이 굳었고, 아들은 자꾸 내 눈치를 봤다. 


 너무나 익숙한 반복이다. 차가운 공기 냄새,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을 보고 작년 가을 미국에 오셨던 엄마가 생각났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시간은 오래도록 후회스럽다. 당시 나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내 몸을 추스리기에도 바빴다. 약한 몸은 역시나 짙은 그림자를 불러 모았다. 



 반짝이지 않는 보석은 그저 평범한 돌이다.  굴러다니는 돌을 보고 아들과 엄마는 그것을 쉽게 발로 차버렸다. 누가 성가시게 내 앞을 가로막았냐며. 나는 그 발길질을 보고 또 쓸쓸해졌다. 그 돌은 사실 깊은 장롱 속에 숨겨뒀다가 슬금 꺼내 놓은 보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쳐놓았다는 것은 깨닫지도 못한 채, 알아보지 못함을 탓하고 슬퍼했다. 


 아들에게 밥 먹어라, 양치해라, 똑바로 앉아라 외치는 것. 엄마에게 알아서 할게, 내가 할게, 신경 쓰지 마라고 외면하는 것. 아들에게는 잔소리로, 엄마에게는 신경질로 보였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다 나의 빛 잃은 사랑의 표현이었다. 더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나의 염려이고, 나를 더 세심하게 신경 써달라는 사랑의 갈구였다.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서 나는 그 보석을 홀로 바라보며 쿰쿰한 곰팡이 냄새를 맡고 있다. 나는 보석을 제대로 너에게 전해주지 못했고, 너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빛을 잃은 보석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며, 가슴 한가운데 얹힌 돌덩이의 무게를 가만히 느껴본다. 



가을 냄새를 맡았던 어느 날, 집 앞에서 


차 타고 지나가다가 본 모래 언덕 위의 반짝이는 보석. 이렇게 뜨거운 사랑고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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