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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Nov 16. 2019

여자 혼자 중남미 배낭여행할 때.

[주절주절] 여행과 안전, 그 딜레마.


1. 안전한가요?


중남미를 여행하려고 계획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미사랑'이라는 온라인 까페에 가입을 하게 된다. 그만큼 정보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는 카톡의 남미 단톡방이 있다. 심지어 나라별로 단톡방이 별도로 개설되기 때문에 여행 중에 발생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로 대단한 한국인 커뮤니티다. 따봉!!!!

나 역시 단톡방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있고, 도움을 받으며 여행하고 있다.  중남미를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여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안전'이다. 

남미사랑 나라별 단톡방


2. 가장 위험했던 순간


멕시코였다. 그 날 신청한 투어가 있어서 호스텔 앞에서 아침 9시경, 여행사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모든 게 완벽했다. 뒤를 힐끔 보니 행색이 꿰줴줴한 멕시코 남자애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신경쓰지 않고 목이 빠져라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저 멀리 있는 멕시코 남자애가 뭔가 걸렸다. 다시 힐끔 보니 그의 한쪽 손이 그 곳 근처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세상에.... 아침부터 너는 힘도 좋구나...

겁이 난 나는 호스텔에 그냥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여행사 차가 그냥 나를 버리고 갈까봐 무서워졌다. 그래서 그 그지자식을 피해서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큰 차량 뒤로 빠르게 숨었다.

휴... 별 변태같은 놈을 다 보겠네... 그지같은 게..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순간. 느낌이 싸~~~ 했다.

뒤를 돌아보니  세 발자국 정도 뒤에 그 변태 개그지같은 자식이 그짓을 하며 서 있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으악!!!!!!"

소리를 지르고 호스텔로 뛰어 들어갔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순간적으로 무서웠던 나는 한 동안 밖에 나가질 못했다. 

멕시코에서 아침 9시에 변태를 만나다니.. 세상에...





여행을 하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총기나 칼을 든 강도를 만나는 순간'이다. 실제로 남미는 칼강도에게 뺏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절대로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여기서 포인트는 '순순히'다. 순순히~ 가진 모든 걸 내놔야 한다고 한다. 


간혹 총을 맞아 죽는 사례도 있는데, 대부분 뺏긴 걸 억울해서 뛰어 따라가거나 저항하다가 봉변을 당한다. 얼마 전 멕시코에서도 일본 남자 여행자가 열 받아서 쫒아가다가... 죽었다. 


그렇다면 여자 여행자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자신의 몸을 위협하는 강간자를 만나는 순간'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면? 하지 말라는 걸 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밤에 늦게 돌아다닌다거나 (*일행없이), 노출이 과한 옷을 입고 밤에 다닌다거나, 여행자들이 없는 깜깜한 골목을 다닌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그렇게 조심해도 위험한 게 여행이다. 



하지 말라는 건, 제발 하지 말자.



3. 여행과 안전, 그 딜레마.


여행 중에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에서 한국 여자분이 강간을 당한 채로 시체로 발견되었다. 태양의 섬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라 충격이 컸다. (이 글을 다시 쓰는 순간에도 마음이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칠레 산티아고에서 한국인 4명이 탄 택시가 역주행하는 차에 부딪쳐서 앞 자리에 앉았던 20대 남자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 그 일이 있었을 때 남미 단톡방과 칠레방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남미는 가는 루트가 비슷해서 여행 시기가 비슷하면 마주칠 일이 많다. 그렇게 눈으로라도 인사했던 나와 같은 여행자가 말도 안되는 사고를 겪으면 '이렇게 여행을 꼭 해야 하나' 자괴감 마저 드는 것이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 


여행을 한다는 건 '위험을 감수한다'는 걸 뜻하는데 어디까지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가끔 감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야간 버스의 옆자리 아저씨가 주는 껌 하나도 '"no gracias (고맙지만 괜찮아요)!"라고 사양하고, 길거리에서 만나 유쾌하게 대화하던 아저씨가 사주겠다는 음료수도  괜찮다고 거절하면서.


중남미에선 내 몸에서 떨어지면 내 것이 아니다. 버스를 탈 때도 이렇게 가방의 끈을 내 발에 꽁꽁 싸매야 한다. #콜롬비아여행




오늘도 불편함과 낯섦이 가득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안전하게,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다짐!!
위험한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이 공간에 방문하는 모든 여행중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모함=여행'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마무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무탈하게 우리 여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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