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좋은 사람이어야 했는데 말이지.
- 나 헤어졌어.
툭 말하면 상대의 표정은 짐짓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괜찮은 거야?, 왜 헤어진 건지 물어봐도 될까?, 그 사람한테 연락은 없어?
여러 가지 질문이 오가다 끝에 말한다.
- 걱정 마,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좋은 사람’이라..
2년 반의 연애 끝에 헤어짐을 고한 건
상대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이별을 택한 건 우리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비를 하는 가치관, 화가 났을 때 분노를 표현하는 가치관 등등
우리 사이를 지나가는 강이 생각보다 넓었고
나는 그 강을 건너갈 마음도, 상대를 넘어오도록 끊임없이 요구할 자신도 없었다. 각자 틀린 게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결국 좋은 사람이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모두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사람인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달라고 상대에게 끊임없이 어필하면서 상대는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추고 싶은 난…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딱딱함.
상대를 기어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
상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믿는 방어기제.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좋은 사람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만 그럴 듯 하지
그 누구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함이 없는 여자라고,
그래서 서른여섯, 이별을 겪은 후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닐까?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고,
그건 나만 봐도 알 수가 있다고.
읊조리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