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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Jun 30. 2020

상사에 대한 팔로우십이 부족할 때

노력하지만 참말로 어려운 팔로우십

차장 승진 결과를 앞둔 날이었다. 팀장님이 면담을 하자고 했다.

팀원과의 면담은 업무에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팀장님이 면담을 해야 한다고 말을 꺼낸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정과장에게는 앞으로 본인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업무들을 맡기려고 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책임지고 하는 일을 할 때 더욱 성과가 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예전에는 한 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일을 맡기려고 하니 염두해 주세요."


"정과장은 장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지만 굳이 뭔가 하나 내가 아쉬운 걸 말하자면, 팔로우십이 약한 것 같아요. 나나 김부장이나 정과장이랑 같이 업무를 할 때 솔직히 좀 힘든 지점이 많아요.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정이 여실히 얼굴에 티가 나니까.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고..."


"지난번에는 나랑 대화할 때 아예 얼굴을 쳐다보질 않더라고, 그럴 때 난 좀 당황스럽지. 마음도 상하고."




태어나서 팔로우십이 약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봐서 당황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난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난 팀원의 편에서 일을 하지, 팀장님의 편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나를 차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팀장님 나름의 고민은 '자신을 지지해 주는 팀원이 아니라는 점'이었을 게다.


'그래. 나도 이제 차장이니까, 팀장님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표정 관리를 하자. 불편하게 느끼지 않게끔 노력해 보자.'


2020년, 차장이라는 직함을 달았으니 팀장님께 지적받은 부족한 팔로우십을 키우려 노력했다. '또 왜 저러나' 싶을 때도 웃으면서 답하려고 노력하고, '말 정말 많네'라고 느낄 때도 원래 그런 스타일이니까 하고 부대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근데 팔로우십이라는 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도대체 어떤 다른 지점 때문에 난 팀장님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팀장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을 찾아봤다.


우선 팀장님은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자신이 관리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진다고 믿는다. 그런 팀원이 한 명이라도 생기는 게 싫어서 팀 전체를 타이트하게 관리한다. 요새는 안 그러지만 프린트를 하러 다니면서 간간이 팀원들의 컴퓨터 화면을 눈으로 확인하고, 개별 업무가 무엇 무엇인지 체크하는 성격이다. 팀원 중 몇 명이 칼퇴를 하고 나머지 팀원들이 항상 야근하는 게 부대껴서... 한 동안 퇴근시간 30분 이후에 가라고 공표한 게 그 대표적인 예였다. 난 내 시간의 주체가 내가 되지 못하는 30분이라는 시간이 숨 막혀 팀장님께 세 번의 면담을 신청했다. '모든 팀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일을 못하는 직원을 평균으로 맞춰서 가는 흐름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당연히 그때 팀장님과 내 사이는 좋지 않았다.)


반면 나는 사람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성선설을 믿는다고나 할까, 모두가 동기를 부여하면 책임 하에서 일을 할 거라고 믿는다. 물론 태생적으로 수동적인 사람도 있다. 그럼 나는 그 수동적인 팀원만 집중 관리한다. 나머지는 알아서 잘하니까 더 자율권을 부여하고 업무 일정도 체크하지 않는다. 그 에너지를 수동적인 팀원에게만 집중하고 관리하면서 간다. 그러다 보니 팀장님의 타이트한 관리가 숨 막히는 순간이 있다. 그냥 두면 알아서 잘할 수 있는데 자꾸 확인하고 체크하면 짜증이 나는 것이다.


팀장님은 성과 창출에 강하다. 대신 팀원을 육성하는 데 관심이 없다. 팀장님 본인이 굉장히 명석하고, 어느 조직에서도 에이스로 알아서 큰 스타일이 때문일 수 있다. 나는 팀원들의 성장에 관심이 많다. 대신 성과 창출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항상 성과 창출만 신경 쓰는 팀장님의 업무 방식에 염증을 느끼곤 한다. 잘 될 때는 더 잘해야 해서 걱정이고, 잘 안 될 때는 잘 되어야 해서 걱정인, 팀장님의 '걱정만 가득한 날들'에 지치는 것이다. 이건 내가 사업부장인 팀장님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차장이라는 직급을 달면 팀원들을 끄는 '리더십'이 중요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 걸.

올해의 반을 '팔로우십'에 집중하고 있다.


일을 대하는 자세, 팀원을 대하는 자세가 전혀 다른 상사를 모실 땐

어떻게 팔로우십을 갖춰야 하는 걸까?


상사의 말에 힘을 실지 못하겠고, 긍정하기 힘든 순간들,

팔로우십이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해야 하는 것인지,

나처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끊임없이 표현하다가 결국 팽~ 당해도 되는 건지.


직장생활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차장고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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