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의 고민
얼마 전 한 후배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배님, 저는 지금 하는 일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이걸로 계속 먹고살 수 있을까요? 나 스스로를 고용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이 질문을 들으며 나는 북토크에서 만났던 한 청년이 떠올랐다.
# 첫 책을 출간하고 북토크, 청년의 고민
첫 책을 출간하고 첫번째 북토크때 일이다. 12월 초에 출간되었으니 크리스마스 즈음 어느 겨울로 기억된다. 책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분들께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한가지 원칙으로 시작했다. 내가 책에 쓴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하지는 말자는 것이 그것이었고, 내가 그랬듯 책과 함께 저자를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을텐데, 매듭을 풀듯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하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리어 '세일즈’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시작했다. 50분 세션 이후에 이어지는 Q&A 시간에 한 청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유독 힘차게 뻗어 올라온 그의 손은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마이크가 자연스럽게 그에게 넘어갔다.
“저는 작은 IT 회사에서 세일즈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님 말씀 들으니까 마치 ‘전도사’처럼 세일즈를 하셨던 듯 한데요, 안타깝게도 저는 제가 팔고 있는 제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노력을 해봤는데도 잘 되질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고객사 미팅이 괴롭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영업 성과도 좋지 못합니다. 저한테 세일즈라는 일이 맞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고민하는 청년의 눈을 바라보며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왠지 맥이 빠져있는 듯한 모습과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나는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서서히 마이크를 올려 청년에게 질문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 그것을 세일즈할 때도 ‘나는 전도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갈고 닦아 보셨나요?” 100여명 참석했던 연회장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지키기라도 하듯 마이크를 내리고 한박자 쉬었고,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누구나 처음부터 팔고 싶은 제품을 팔 수는 없습니다. 흠... 예를들면, 제가 이렇게 좋은 장소에 서 있고 북토크도 하고 또 멀쩡한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일명 '잘나가는 사람'처럼 보이죠? 참 멋진 일이죠! 그러나 저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좋은 회사에서 좋은 제품을 팔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을 팔았어요. 그치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을 좋아하려고 애쓰고,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연구하던 그 때 제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답변하면서 처음 영업을 하던 그때가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 전문가가 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파는 것'
진실을 말하자면, 나 역시 처음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멋진 제품을 팔지 않았다. Java 기반 미들웨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기던 그 때, 당시로서는 생소하고 복잡한 기술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깊이 파는 것이구나!
Java를 고객에게 설명할 때, 나는 단순히 기능을 나열하지 않았다. C언어와의 차이점부터 시작해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철학, 그리고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레고 블록에 비유하며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냈다.
내 설명을 듣는 고객들은 "원리부터 설명해주니 쏙쏙 납득이 되었다!"며 감탄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고, 한번 설명하고 돌아오면 그들은 다시 나를 찾았다. 제품을 팔려는 '세일즈맨'이 아니라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부터였던 듯 하다.
이쯤되니 고객들이 ‘제품 세미나를 해달라’ 는 요청보다 ‘자바의 원리와, 미들웨어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더 많았고, 그러다보니 내가 세일즈하는 제품의 특징자체를 먼저 설명하기 보다는, 크고 원대한 원리에 대한 설명끝에 간단하게 터치하는 방식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세일즈이지만 자연스럽게 ‘장사치’와는 다른 ‘어드바이저리’ 포지션에 포지셔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전문가’로 통하니 영업의 기회는 자연히 늘어났다. 고객사 담당자가 본인이 납득이 되었다면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객사의 예산 등의 이유로 여력이 되지 못할 때는 그들이 발벗고 나서서 또 다른 회사와 기관에 나를 소개시켜주기 시작한 것이다.
# 전문가가 되면 ‘전도’가 되고, 드디어 팔고 싶은 제품을 팔 수 있게 된다.
다시 북토크 질문한 청년에게 돌아가자. 자기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진심으로 전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상품을 아직도 안쓰세요?” 그리고는 한껏 미소띤 얼굴로 “잘 나가는 분들은 당연히 씁니다. 왜냐하면? 이런 저런 효과가 명확하기 때문이죠!” 또는 “그러니 없어서 못 사요^^” 하면서 말이다. 생각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광경이다. ‘진심으로 전도’는 반드시 ‘전문가’ 포지셔닝에 있을 때만이 가능해진다.
한편,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반대로 총체적 난국이 온다. 결국 고객이 나와 내 제품을 찾아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기에, 고객에게 ‘전문가’로서 당당하게 설 수 없게 되고 ‘특별하지 못한 비전문가’가 되어 결국 뒤에서 고객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끌려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고객에게 나 혹은 내가 파는 상품을 구매해야하는 당위성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 나 스스로를 고용한다는 것은 전문가 되기 프로젝트로, 선택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고용한다는 것은 곧 '전문가 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조직에 속해 있는가? 현재 조직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순간, 그때부터 선택의 주도권의 확보는 시작된다. 조직에 속해 있던 그렇지 않던 '나 스스로를 고용한다는 것'은 '전문가 되기 프로젝트'로 치환해서 읽을 수 있다.
"전문가가 될 때 우리는 선택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를 고용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래 언급하고 있는 전문가가 되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선택의 주도권 쥐기를 시작하길 바란다.
1단계: 깊이 파기
표면적인 기능이 아닌 원리와 배경을 이해하라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라
복잡한 것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
2단계: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고객이나 동료가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라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더 깊이 들어가라
'장사치'가 아닌 '컨설턴트'의 마음가짐을 가져라
3단계: 기회를 기회로 만들기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한 번의 성공이 다음 기회를 만든다
네트워크가 스스로 확장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