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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2일] 몸뚱이가 천근만근

 8월 11일 : 머리도 무지 끈, 마음은 불란, 몸뚱이가 천근만근

# 비움 2일 차 Summary :     

- 머리도 무지 끈, 마음은 뭔가 불안, 몸뚱이는 천근만근이니 마음까지 무겁다

- 첫날보다는 낫지만 머리, 이렇게 계속 아프면 과연 할 수는 있는 걸까? 

- 식자재 주문해주던 신랑이 한마디 거든다 '디톡인지 톡디인지, 앵겔 지수가 무자 높아진다'


세상에 공짜한 개도 없다!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머리로 손을 갖다 대며, 어제 머리가 깨졌는데? 생각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두통이 안개 걷히듯 맑아졌다 "오~ 할렐루야!" 어젯밤만 한 두통이 계속된다면 비움이고 나발이고 때려치우고 싶었던 터라 자동 두 손이 모아졌다. 그러고 보니 첫날부터 6명 중 4명이 두통에 시달렸다. 내 나름의 분석으로 공통분모를 뽑아보면 그간 커피를 많이 마신 사람들이 금단현상인 듯싶다. 비움이 세 번째인 홍반장과 지난 4월부터 이미 경험이 있고 유지해오고 있는 심코치, 이 둘이 제일 영향이 없는 것만 봐도 그럴듯하다! 이쯤 되니 세상의 진리를 깨닫는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한 개도 없다" 


"살아온 인생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다"라고 했다. 결국 미리 비워 온 사람보다, 갑작스러운 비움을 맞는 몸이 당황하기 마련, 나름의 신호를 받는 듯하다! 인생은 역시 '과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내가 먹었고 마셨으며 행동했던 그것들의 결과가 고스란히 나에게 오는 것이다.  

  

밤새 비가 어마 무시하게 내린다 지금까지도! 금융회사 지점정으로 늘 일빠따로 출근하는 심코치의 출근길 스케치가 올라온다. 올림픽도로가 엉망진창이고 15분 거리가 40분 걸렸다 한다. 머리 털나고 이렇게 오랜 비는 처음인 느낌이 방안 가득한 습습한 기운과 함께 뭉쳐진다. 어쩌면 코로나에 이어 장마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세상의 검은 진실에 살짝 화가 올라온다.  


동지애 

'더 비움' 덕분에 카톡방 6명 동료애를 넘어 '동지애'가 느껴지는 건 나만의 것이 아니리라! 살짝 오 바흐자만 왠지 전쟁터에 같이 나가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동지 같은 느낌 말이다. 내가 급하면 급해서 찾고, 다른 멤버들 궁금해서 찾고…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메시지들이 이제는 기다려지니 말이다. 


# 남의 집 밥숟가락 헤아리는 사이 

매일 유동식이 2번이니 준비가 필요하다. 야채 채소 과일까지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가는 작업이 많다. 유동식을 위해서는 믹서가 반드시 필요한데 덕분에 살림살이 개비하는 멤버들까지 생겼다. 평소에 안 쓰니 오랫동안 처박아둔 믹서를 꺼낸다한다. 너무 오래돼서 몰랐는데, 이번에 꺼내보고 고장인걸 알았다는 사연부터 계획만 하던 것을 이번 기회에 구매해서 좋다는 사연,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아쉬운 대로 슬로우쿠커로 야채죽을 끊인다는 소식까지 다양하다. 이러다 남의 집 밥숟가락 숫자까지 헤아릴듯하다.   


한 박자쯤 쉬더니 다시 깔끔한 아침 사진들 하나둘 올라왔다. 결명자 추천받고 처음 시도해본다는 레이디 박은 시커멓게 탄 결명자 물 사진에 아침으로 팥죽 사진까지 곁들여서 다양한 시도 중이다. 한 박사는 5.5개월 만에 첫 출근을 하랴? 마랴? 하는 질문에 현명한 홍반장 견과류 추천으로 화재를 돌린다^^ 마치 실시간 방송에서 '매진'이 연상되면서 내가 하고 있는 뭐라도 하나 올려야 할 듯한 분위기다.               

                                              

화요일 아침, 다행히 오전 콜이 좀 늦은 시간 시작이다. 머리 아팠던 탓으로 괜스레 몸을 위한다고 좀 더 누워있다가 아침 준비가 늦어진다. 유동식, 어제 갈아놨던 거 뚝 떠서 밥그릇에 담고, 샐러드도 봉지봉지 싸놨던 거 하나 꺼내서 발사 빅 글레이즈에 올리브유를 추가한다. 그리고 망고와 사과를 곁들여 올리니 훌륭한 아침이 된다. 유동식, 세 번째 준비라고 아주 자연스럽다.  

[아침] 유동식 : 밤호박, 고구마, 두유 + 샐러드 + 사과, 망고

멤버들이 코로나로 재택 하는 사람들이 많고, 출근하는 날은 사진이 좀 더 올라오는 느낌이다. 싸 가지고 갈 것도 많고 참아야 할 것도 많은 출근, 그 와중에 다들 노력하는 게 참으로 놀랍다. 차를 하나 마셔도 선별하고 중간중간 간식은 대부분 견과류로 바뀌어있다.               

[커피 대신 ~]

                                                                                          

아점 사이, 유동식에 대한 질문과 가이드가 있다. 생각보다 안되는 거 없는 유동식, 한번 갈아서 이틀연짱 먹고 있으니 어찌 보면 더 편하다. 생전 처음 해보고 처음 먹어보는 유동식, 궁금증이 많았는데 덕분에 정리가 쫙~ 된다.

  

유동식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호박 고구마 견과류를 깔고 + 과일로 바나나 아보카도를 기호에 따라 추가한다. 토마토, 당근, 양배추, 토마토,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파프라카 등 야채는 웬만하면 다 가능하다. 건강한 소화력을 가지고 있으면 생으로 넣어도 무관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짝 데쳐서 넣으면 좋다. 그리고 두부와 콩이 아주 좋은데 유동식에 같이 넣어서 갈아도 되고, 특유의 비릿한 맛을 싫어하는 경우는 부치거나 별도로 먹으면 더 좋다.  


점심을 준비하는데 레이디 박이 메슥거리고 식은땀이 삐질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머리가 띵~한 게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살짝 지끈거림으로 머리가 무겁다.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고 버티기 전략 들어간다. 그러는 사이 홍반장과 심코치의 모범적인 점심메뉴가 올라온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서 꼼꼼히 확인한다. "아~ 생선을 이렇게 먹으면 되겠구나! 그리고 김치도 살짝 씻어서 먹으면 되네" Seeing is Learning 타임~                   

                                            

[점심] 유동식 : 밤호박, 고구마, 두유 + 샐러드 + 닭가슴살 버섯 파프리카 볶음

밑도 끝도 없이 AppStore에서 찾는다 '물 마시기'. 여러 개의 앱이 추천되어 올라오는데 우선 평점을 한번 훑어본다. 그리고 미리 보기 메뉴에서 UI가 편안할지 둘러보다가 적당해 보이는 거 하나를 고른다. 어제 설치하고 이틀째, 물컵에 물을 따르면 일단 추가한다! 그리고 컵에 따른 물은 다 마시는걸 원칙으로 하면 잊어버릴 일이 없어진다. 이렇게 한 이틀 써보니 쓸만하다! 멤버들한테 추천 들어간다.  



삼일이 고비라고 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겨우 이틀 점심이니 원래 내 입맛이 매시간 살아난다. 이쯤에서 찐~한 커피 한잔 들어와 줘야 하는데 뭔지 모를 불안함까지 느껴진다. 머리도 무지 끈, 마음은 뭔가 불안, 몸뚱이는 천근만근이다 보니 마음까지 무거워진다 다시 까만 봉지 색깔!  


오후 릴레이 컨퍼런스 콜을 마치고 5시, 이제 더는 못하겠다, 일단 먹고 보자! 이른 저녁 고형식 준비하는 손도 마음도 바쁘다. 이렇게 쓰러지나 싶기도 하니 뭔가 단단하게 먹어야겠다! 엊그제 홍반장 모범 사진에서 유심히 봐 뒀던 된장찌개가 먹고프다 그러면서 또 든든한 뭔가도 먹고프다. 그래~ 그거다! 좌 지글지글, 우 보글보글, 오리고기 굽고, 된장찌개 끓이고 현미밥을 돌리니 마음이 어찌나 흡족한지 아팠던 머리도 구름이 걷히는 게 느껴진다.

 

[저녁] 고형식 : 현미 + 샐러드 + 된장국 + 오리구이

저녁 사진을 일찌감치 올리고 든든하게 먹고 나니 기분이 쾌청하다. 한편 홍반장도 두통이 있었다며 물을 많이 마시니 나아졌다한다. 그러자 멤버 하나도 약 먹고 아이스라테 반잔 마셨다한다. 안 지키면 자진해서 천 원 내기로 한 언급도 있었으나, 대화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왠지 차분해진다.  인생에 예외가 없구나 비우는 과정이 또한 인생이려니, 겪여야 할 것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거 맞는구나! 인생 한 발짝 나아가려면 치러야 할 비용은 꼭 필요한 법, 인내가 필요한 법!  


[체중] 

이틀이고, 양에 대한 제한이 없음을 확인하고 양보다는 식단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몸무게 변화는 없다.  


[감사일기]     

1. 두통, 어제보다 나아짐에 감사

2. 유유고, 고형 식이 있음에 감사

3. 린하랑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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