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출산 후 '자가 격리자'에게 보내는 위로
"나의 일상을 지키는 힘, 머쉬론"
여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윤기 없이 푸석한 피부,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카락, 무언가 다 소진해버린 것만 같은 표정. 그런 표정으로 늘 집을 보러 온 우리에게 '못 치워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집이 너무 좁아서 벽에 걸린 결혼사진이 지나치게 크게 느껴졌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 속 여자와 내 앞의 세입자가 같은 사람이라고 믿을 만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결혼사진 옆에는 으레 '서준이의 백일을 축하합니다'같은 문구가 적힌 파스텔톤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서준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그 아이는 알록달록 원색의 장난감들을 부엌 겸 거실이 가득 차도록 늘어놓고 놀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부동산 직원과 남편과 나는 그 원색의 장난감들을 밟지 않게 조심하며 집을 봤다.
- 장류진 소설 <도움의 손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