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듯 처음 아닌 웨이트 트레이닝.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

by 안스

웨이트 트레이닝을 두 달 정도 계속해오면서 느낀 게 있어.

분명 이 운동은 처음 해보는 건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은 느낌이랄까.


어디서 우리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익숙함을 엄마는 헬스장에서 느끼고 있어.


첫 번째는 데드리프트야.

이 운동은 기다란 바벨 바를 쥐고 기립근 및 허벅지 뒤쪽에 힘을 주면서 바벨바를 들어 올리며 코어 및 하체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야. 처음 이 운동을 접하고 바벨바를 들어 올리면서 딱 느꼈지.


아, 이거 아들이 “엄마, 안아줘. “ 할 때마다 하던 동작인데.


14kg이 되는 너는 거의 하루에 두 번, 주말에는 하루에 열 번은 안아달라며 두 팔을 쭉 펼치며 나를 바라보지.

그 표정과 동작이 안쓰럽고 또 귀엽기도 해서 나는 웬만하면 안아주려고 해.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혹시나 바깥에 오래 있다가 감기에 걸릴까 봐 내가 먼저 안아서 집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아무것도 얹지 않은 바벨바의 양쪽에 5kg씩의 원판 2개를 꽂으면 요즘 딱 패딩점퍼까지 갖춰 입은 네 몸무게와 거의 비슷해져. 이걸 일주일에 두 번씩 4세트를 하다 보니 요즘 너를 안아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기립근에 힘을 주고 코어에 자극을 느끼려고 한단다.


운동이 별거니. 같은 근육을 움직이면서 똑같이 자극을 느끼면 그게 운동이지 뭐.


두 번째는 레그프레스야.

이 운동은 지면에 거의 눕듯이 앉아서 위쪽에 위치한 발판을 힘껏 밀면서 허벅지와 하체 힘을 기르는 운동이야.

엄마는 하체 운동을 하는 날에는 꼭 이 운동을 루틴에 넣어서 4세트를 죽을 듯이 하고 있어. 그나마 재밌게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고르라면 나는 이 레그프레스를 고르겠어.

이 운동은 딱 너를 비행기 태워줄 때랑 비슷해. 네 배 아래에 내 두 다리를 곱게 모아 대고서 네 두 손을 잡고 무릎을 굽히면서 하체를 움직이면 어느새 너는 엄마 비행기를 타고 마산 할머니집도 가고, 뽀로로 집도 가고, 심지어 달나라도 가잖아. 몇 번의 비행이 끝나고 숨을 헥헥 몰아쉬는 나를 모른척하며 “비행기 출발합니다~”하면서 네가 신난 얼굴로 내 두 다리를 다시 끌어모을 때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회원님 3개만 더 할게요! “하고 소리치는 게 오버랩되어 들릴 정도야.


레그프레스는 자칫 잘못하면 무릎을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무릎을 다 펴서는 안 되고 가동범위의 90% 정도만 움직여야 해. 그러니까 아들. 우리 앞으로는 멀리 가지 말고 국내선으로만 운행하자. 응?


마지막으로는 거의 모두가 다 아는 그 스쿼트야.

양 무릎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내 뒤에 투명의자가 있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가 발뒤꿈치 쪽에 힘을 주면서 허벅지힘으로 다시 올라오는 운동인데, 하체 운동이지만 특히 전신운동이라서 이걸 4세트 정도 제대로 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허벅지에 힘이 빡 들어가지.

이건 네가 아니라, 네 동생과 요즘 하는 운동과 비슷해. 배냇웃음을 졸업하고 이제 엄마와 아빠를 보면 반가워서 곰살맞게 웃어주는 네 동생 덕분에, 세상 무해한 그 웃음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나는 네 동생의 양 어깻죽지에 손을 끼워서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놀아준단다. 특이하게 이 움직임을 유독 좋아하는 네 동생 덕분에 엄마는 집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스쿼트를 하고 있어. 내 품에 아기가 안겨있으니 무리하진 않고 한 번에 5번 정도 2-3세트를 반복하고 나면 그래도 운동한 것 같은 자극이 와. 네 동생은 재밌어서 좋고, 엄마는 운동해서 좋고.

아무렴 일석이조, 가성비가 최고지.


이렇게 열심히 근력운동 같은 육아를 하고, 너와 번개맨 놀이를 하면서 한 바탕 잡기 놀이를 하고 나면 그날의 유산소운동도 끝이 나지. 이건 거의 살이 안 빠질 수 없는 루틴 아니니?


헬스장에서도 매일같이 근력운동을 하고, 집에서도 비슷하게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엊그제 트레이너 선생님은 근력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칭찬해 주셨어. 괜히 우쭐해진 나는 집에 와서 청소기를 돌리며 런지 운동을 했지 뭐야.


전에는 집안일과 육아가 내 몸을 갉아먹는 고된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

따로 시간 내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집에서도 비슷한 동작으로 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집안일과 너희들을 돌보는 일에 더 집중력이 높아졌어.


오랜만에 나를 만난 사람들은 얼굴 살이 빠졌다면서 보기 좋아졌다고 한 마디씩 칭찬을 해주셔.

그간의 노력이 괜한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생각되면서 보람차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던 우리 가족 덕분이라고 생각해.


언젠가 본 기억에 남는 유튜브 영상이 있는데, 거기서 그러더라고. 헬스장에서만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 와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기만 한다면 절대 살이 안 빠진다고. 집에 와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행동해야 살이 더 효과적으로 빠진다고 말이야. 그 말을 엄마는 뼛속 깊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야.


너희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을 한 번 더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면 엄마는 데드리프트나 레그프레스나 그게 얼마나 무겁든 있는 힘껏 무게 쳐볼게.


엄마, 살 좀 빼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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