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답정너인가요?
아들, 밸런스 게임이라고 알고 있니?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임이야.
네 기준으로 예를 들면, 한 달 동안 뽀로로만 보기 vs 한 달 동안 핑크퐁만 보기 이런 식이지.
엄마는 다이어터이니까 다이어트 밸런스 게임을 한 번 해볼게.
오늘 트레드밀에서 40분 동안 유산소 운동으로 땀을 쫙 빼면서 생각해 본 것들이야.
1번. 점심에 한 달 동안 라면만 먹기 vs 점심에 한 달 동안 샐러드만 먹기
엄마의 소울푸드는 라면이야. 그중에서도 진라면을 특히나 좋아해서 결혼하기 전에 자취할 때는 밥보다 라면을 더 자주 먹었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어. 하루는 새우를 넣어서 끓여 먹고, 하루는 계란을 2개 넣어서 먹고, 또 다른 날은 맥주 안주로 끓여서 먹고.
그런 엄마가 지금은 라면을 끊었어. 일주일에 한 번이 뭐니, 한 달에 두어 번 먹을까 말까 해. 지금은 점심에 샐러드를 먹는 게 너무 좋아. 요즘 물가가 뒤숭숭해서 고기보다 채소 값이 더 비싸단다. 한 달 동안 샐러드를 먹는다는 것은 곧 사치를 부린다는 뜻일 수도 있어. 배달 어플에서도 웬만한 샐러드 하나 값은 거의 만 오천 원 정도 하니까 한 끼 값으로는 꽤 비싸지.
그래서 엄마는 점심에 한 달 동안 샐러드만 먹기를 선택하겠어. 상상만 해도 내장지방이 내려가는 기분이야.
2번. 마음껏 먹고 평생 지금 몸무게 유지하기 vs 운동, 식단 조절하면서 평생 다이어트하기
체지방 7kg을 뺀 상태이지만, 건강한 몸이 되려면 엄마는 그만큼을 더 빼야 해. 네 동생의 몸무게가 8kg이니까 딱 네 동생만큼 체지방이 엄마몸에서 빠져나가야 엄마는 비만에서 벗어난단다. 처음엔 14kg인 네 몸무게만큼 살을 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득하기만 했었는데, 절반은 온 것 같아서 기뻐. 주변에서 살 많이 빠졌다는 소리도 듣고, 임부복바지는 이제 헐렁해서 입지 않는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거울을 보면 조금만 더 살을 빼면 내 자존감이 더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닭발, 마라탕, 떡볶이, 김치찜을 마음껏 먹고 지금 체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면서 평생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더 건강한 몸을 갖고 싶어.
3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루 2시간 TV 보는 시간 확보 vs 하루 2시간 운동하는 시간 확보
처음에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엄마는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운동할 시간이 주어지겠거니 하고 예상했어. 네 아빠도 같이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까. 평일에 네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신생아인 네 동생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잠을 자니까 네 아빠와 서로 번갈아가면서 자유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왠 걸. 운동을 좀 할라치면 네가 감기에 걸려서 어린이집을 안 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원더윅스가 찾아오는 네 동생의 잠투정에 새벽마다 네 아빠와 나는 잠을 못 자 좀비가 되어가니 아침에 운동을 갈 정신이 없고,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해서 아기를 보는데도 하루에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먹기가 힘들더라고. 아이 하나를 키울 때와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이렇게 천지차이인 줄은 정말 몰랐어. 오죽하면 네 아빠도 아이 키우는 것보다 일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할 정도겠니.
엄마는 하루에 자유시간이 딱 2시간 절대적으로 주어진다면, 무조건 운동하는 데 다 쓸 거야. 어떻게 시작한 다이어트인데, 허투루 보낼 수 없지. 예전 같았으면 육퇴 후 TV 보면서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이 하루의 낙이었다면, 요즘은 네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서 헬스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내 모습을 보는 게 하루의 낙이야.
엄마 많이 컸지?
이렇게 적고 보니까 다이어트하는 엄마에게는 답정너인 선택지들이 많았던 것 같아.
하지만 과거의 나에 비하면 좋은 쪽으로 많이 발전한 것 같기도 해.
자극적인 음식만 찾고 TV앞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만 살던 엄마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내 몸에서 흐른 땀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건강하고 클린 한 음식을 먹는 것이 내 몸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누구보다도 실감 나게 깨닫고 있어.
오늘도 네가 늦잠 자는 바람에 어린이집 등원을 늦게 하고 엄마는 시계를 보면서 순간 운동을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그 고민이 무색하게도 엄마는 바로 헬스장으로 직행했어.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 둘 다 할 시간은 부족해서 스트레칭만 하고 트레드밀에서 처음으로 속도 8km/h로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어. 나머지 10분을 천천히 쿨다운하면서 바라본 반대편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친 내 모습이 너무나도 기특했어.
이제 복직까지 얼마 안 남은 시간, 더욱더 보람차고 성과 있게 보내려고 해.
엄마, 금방 살 빼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