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없다.
다이어트와 육아는 의외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
첫 번째. 내 고생은 나만 안다.
아직 아침잠에 푹 빠져있는 너와, 네 동생과 그리고 네 아빠 사이로 본능적으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뜬 나는 재빨리 너를 토닥이며 깨워서 영양제도 먹이고, 옷도 갈아입힌 다음에 어린이집 차에 너를 태워 보내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아침잠이 없는 할머니 스타일이어서 ’미라클 모닝’이란 나에겐 그다지 고된 루틴이 아니었지. 그런데 너를 낳은 직후 2시간마다 잠에서 깨어 분유를 먹이고 이제는 등원에 늦지 않기 위해 너를 준비시켜서 보내는 그 30분의 시간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어. 유독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날이면 엄마는 불과 반년 전에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출근하던 그때를 떠올려. 이것도 고생이지만, 보람찬 고생이다.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를 토닥여줘.
아침이면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네 동생을 케어하다가 네가 하원하면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하고, 고요히 평화가 찾아온 밤에 집 안을 가만히 둘러보면 부지런히 돌아다녔는데도 전 날과는 딱히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집 안 모습을 느끼고 황망할 때도 있어. 열심히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다녀도 청소는 표가 나지 않고, 설거지는 또 돌아서면 쌓이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사다 먹이고 열심히 씻겨도 결국엔 감기에 걸리는 너를 보면서 ‘이게 무슨 소용인가…’를 느낄 때가 있지.
다이어트도 비슷한 것 같아.
땀이 나게 운동을 하고, 야식을 참고 주린 배를 쥐어 잡고 간신히 잠이 들어도 다음날 체중계위에 올랐을 때 몸무게가 그대로 인 것을 발견하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를 읊조릴 때가 있지. 진짜 성실히 다이어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바디나 인바디 결과가 눈에 띄게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답답할 때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매일매일이 감사한 하루라는 걸 의식적으로 상기하려고 해. 불과 작년만 해도 그때는 운동할 시간도, 내 건강에 신경 쓸 여력도 없이 하루하루를 되는대로 보내기 바빴거든.
비록 매일매일은 눈에 띄는 성과가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훌쩍 커져있는 너를 발견하고, 엄마도 작아서 못 입던 바지가 쑥 들어가는 걸 보면 영 쓸데없는 노력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
두 번째. 마인드 세팅이 중요하다.
우리 집 가정의 평화는 나의 Inner-peace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 나의 마음가짐이 어떠하냐에 따라 네가 단순히 잠투정을 피울 때도 부러 혼내기보다는 좀 더 안아주며 자장가를 불러줄 수 있는 다정한 엄마의 모습이 나오잖아. 편협한 시각과 속 좁은 마음을 가지고 육아를 하면 결국 너와 네 동생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수밖에 없으니 나는 그럴 때마다 더욱 내 마음의 평화를 먼저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 ’ 그런가 보다.‘,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너희들을 좀 더 이해해 주고, 선량한 보호자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 엄마가 요즘 하는 다짐이자 각오야.
그런 점에서는 다이어트할 때도 마찬가지야.
내적 평화를 먼저 확보해야 특히 네 아빠가 야식을 먹자고 꼬드길 때나, 유독 육아와 다이어트가 힘든 날이면 당이 넘칠 정도로 들어간 아이스 바닐라 라테에 허니 브레드와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에도 다 그 유혹들을 뿌리칠 용기가 생기거든.
세 번째. 쉼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없다.
이 지구별에 여자로 태어난 이상 평생 다이어트라는 숙제를 안고 살아가듯, 여자의 숙명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육아’가 아닐까 싶어. 서른 중반을 넘어가는 이 나이에도 네 마산 할머니에게 엄마는 여전히 어리게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면에서 또 둘은 꽤 많이 닮았지? 네가 나중에 결혼을 하고 늙어서 할아버지가 된다고 해도 엄마눈에는 여전히 품 안의 자식으로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혹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몸매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좋은 영양분을 성실하게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너무 바쁠 때나 다이어트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잠깐 쉼표를 찍어놓고 ‘육아’에 집중하고, 또 어느 정도 너희들이 커서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생긴다 싶으면 다시 다이어트에 확 집중하는 것처럼.
엄마 인생에도 다이어트와 육아는 앞으로 내가 죽기 전까지 쉼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없을 것 같아.
눈에 확 드러나는 성과가 매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다이어트와 육아는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의 마음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 친정 방문과 설날 연휴, 네 겨울방학으로 인해 엄마는 3주를 육아에 온전히 집중하느라 다이어트를 잠깐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았지만, 이제 다시 제일 첫 번째 순위로 올려놓아야 할 것 같아.
정말로 시간이 없거든 이제.
엄마, 제발 살 좀 빼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