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앞자리를 두 번 바꾼다는 것은
이번에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는 새해 다짐이 민망하게 아직 엄마의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어.
그래도 더 찌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해.
71kg에서 시작한 내 몸무게는 여전히 65kg 안에서 왔다 갔다 하고, 여기서 5kg을 더 감량해야 목표한 몸무게에 도달하는 건데, 딱 그 중간쯤에 끼어서 옴짤달싹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야.
다이어트를 포기하자니 이제껏 해왔던 것들이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이어가자니 막막해. 복직 날짜도 점점 다가와서 조급해지고 또 매일같이 아이 둘을 허둥지둥 케어하고 나면 내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까먹을 정도로 빠듯한 하루가 돼버리거든.
아이 두 명을 키우면서 몸무게 앞자리를 두 번 바꾼다는 것은, 욕심일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맞아.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겪는다는 그 정체기. 다이어트권태기가 엄마에게도 온 것 같아.
그렇게 군것질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마다 헬스장에 가서 땀 뻘뻘 흘려가며 근력과 유산소운동을 골고루 하는데도 왜 몸무게는 줄지 않는 것일까.
잠도 안 자고 순공 15시간을 찍어가며 공부하는 공시생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모의고사를 치면 과락이 계속 나오는 현실인거지.
이제는 성실함만이 답은 아닌가 봐.
너에게는 아직 조금 어려운 단어이지만 ‘항상성’이라는 말이 있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내부는 그 형태를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이라는 말인데, 쉽게 말하자면 엄마의 몸은 65kg이라는 몸무게에 완벽하게 적응한 나머지 여기서 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얘기야. 이 상태로 살아온 시간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웬만한 자극으로는 꿈쩍도 안 한다는 말이지.
처음에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는 야식만 안 먹어도 다음 날 몸무게가 쭉쭉 빠져있어서 다이어트할 맛이 난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달콤한 맛이 없어.
웬만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는 체중감량이 이제는 버겁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는 오늘 저녁을 먹을 때도 네가 남긴 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후루룩 흡입해 버렸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옛 속담처럼 야금야금 먹어댄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변화를 막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고 말씀하신 이순신 장군님처럼 엄마에게도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있어.
복직까지 하고 나면 제대로운동할 시간은 당분간 꿈도 못 꿀게 자명하기에, 엄마는 벚꽃의 꽃망울이 익어가는 3월 한 달 동안 진짜 타이트하게 살 빼보려고.
그리고 장군님은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지. 그 격언을 마음속에 새겨놓고 남은 한 달은 체지방 네가 죽냐 내가 죽냐 어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후회 남기지 않고 달려보려고 해.
요즘 네가 ‘엄마, 대결하자!’하며 싸움놀이를 부쩍 즐겨하잖아. 너는 번개맨, 엄마는 아차차맨을 맡아서 하는 간지럽히기 공격정도에 지나지 않은 장난거리지만 엄마는 오늘도 네가 대결하자! 말할 때 ‘나는 기필코 이 다이어트 대결에서 나에게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어.
아이 두 명을 키우면서 몸무게 앞자리를 두 번 바꾼다는 것은 두 번 다시 해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 번 한 번에 끝내보려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내 손이 두 개인데 죽기 살기로 하면 간신히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살 좀 빼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