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때문에 다이어트를 못 하겠어요!

핑계없는 체지방은 없다.

by 안스

분명히 7월부터는 저녁에 구운란 두 개와 바나나 한 개. 그리고 적정량의 샐러드를 먹으려고 결심했어.

네 할머니가 가져다주신 삼치조림을 보기 전까지는.


어제 퇴근하면서 엄마는 결심을 했어. 저녁에는 꼭 구운란 두 개와 바나나 한 개로 저녁을 때우겠다고.

네 할머니가 가져다주신 데친 머위와 강된장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오늘도 굳은 다짐을 했어. 기필코 저녁 식사로 구운란 두 개와 바나나 한 개만 먹겠다고.

방금 네 할머니가 감자를 볶아놓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셨는데, 어떡하니. 나 자신이 없어.


도시에서 떨어진 외곽지에 위치한 우리집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잖아.

'고기빼고는 우리 밭에서 다 난다고.'


봄이면 쑥을 뜯어 국을 끓이고 고사리를 끊어다 햇볕에 말리고 두릅을 따다 초장에 데쳐먹고.

여름이면 오이를 따서 고춧가루 뿌려 무쳐먹고 머위 잎을 뜯어서 쌈 싸먹고 한 알 한 알 딴 블루베리로 간식거리하고.


사시사철 제철 음식들이 밭에서 자라나는 우리집이 바로 살아있는 냉장고인 동시에 엄마가 살을 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이유이기도 해.


화학 조미료를 싫어하는 네 할머니 덕분에 말 그대로 손 맛을 제대로 보고있는 나의 체지방은 그 끝을 모르고 다시 상향 그래프를 올리고 있지. 하얀 쌀밥을 강된장에 슥슥 비벼 오이무침 삭 올려서 머위 잎에 턱 올려 양 볼이 터질 정도로 우물거리다 보면 식단을 겸비한 다이어트는 이미 머릿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야.


어제도 나는 데친 머위와 강된장을 받아들며 민망하게 웃으며 말했지.

아유, 어머님 때문에 다이어트를 못 하겠어요!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가 없는 건지, 염치가 없는 건지는 스스로도 이제 분간이 힘들지만 가끔씩 들르는 마트에서 꼭 잊지않고 질좋은 소고기와 제철 해산물, 영양제 등을 잊지 않고 사서 보답하고 있으니 적어도 나는 양심을 물에 밥 말아 먹은 며느리는 아니지 않나 합리화 하고있어.


복직 후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을하고 너와 네 동생을 하원시켜 밥 먹이고 목욕 시키고 놀아주다가 재우면 노곤노곤 해진 정신에 나도 모르게 같이 잠이 들어버려서 육퇴 후 운동은 아직까지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어.


시어머님이 해주시는 갖가지 제철 음식으로 매일같이 저녁을 호화스럽게 먹으니 운동이라도 꼬박꼬박 해야하는데, 이러다가 구석에 처박아 놓은 임부복 추리닝 바지를 다시 꺼내게 될까봐 무서워.


핑계없는 체지방은 없어.

어쩔 수 없이 오늘은 감자볶음에 밥을 반공기만 먹고, 너희들이 잠에 들면 스텝퍼 열심히 하고 올게.


엄마, 살 좀 빼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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