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고요한 적막만 흐르는 장례식장에서 이진은 자신의 친모와 5년 만에 재회했다.
언제 찍은 건지도 모를 사진 속 정은은 희미한 웃음을 띄운 채 이진을 향해 공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카메라의 렌즈를 보고 있었겠지.
그 순간조차도 이진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도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자신의 속마음을 깨닫자 이진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도 먼지가 쌓이듯 검은 때가 내려앉은 것을 알아챘다.
“옷 갈아입고 온나.”
검은 옷을 입은 혜숙이 이진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 사실상 친족은 이진 하나밖에 없었기에 이진은 한쪽 구석에서 상조회사에서 주고 간 검은색 상복을 느리게 갈아입었다.
이 옷은 지금까지 몇 번의 죽음을 맞이했을까.
한 번 빌려질 때마다 섬유에 밴 장례식장 특유의 향 냄새를 지우기 위해 각종 세제에 질식하듯 잠겨졌을 상복을 내려다보며 이진은 문득 엉뚱한 호기심이 들었다. 저고리의 소맷단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이진은 다음 궁금증을 떠올렸다.
너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닦아내었니.
눈동자 아래로, 콧구멍 사이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슬픔들을 막으려 얼마나 처절하게 그 많은 얼굴들을 가려주었니.
작은 사이즈였는데도 불구하고 소맷단은 이진의 작은 체구를 집어삼킬 듯 보였다. 소맷단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자신의 손가락들을 응시하던 이진은 두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했다.
그런데 어쩌지. 이번에는 너 바짝 말라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죽었는데도 울지 않는 자식을 본 적 있니.
처음 몇 년 동안 매일같이 꺼내 벅벅 그려보던 엄마의 얼굴은 어느새 그 아래에 쌓인 지우개 가루에 가려져 점점 그녀의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영정사진으로 마주하고 나서야 이진은 아, 엄마가 저렇게 생겼었지. 기억이 났다.
“절 하자.”
혜숙은 이진의 앙상한 팔을 끌어 정은의 영정사진 앞에 데려다 놓았다. 가만히 바닥을 쳐다보는 혜숙의 얼굴에는 피곤함이라는 감정만이 느껴졌다. 이진은 바짝 마른 얼굴로 다시 정은의 영정사진을 힐끔 쳐다본 후 두 손을 모아 그녀를 향해 두 번 절 했다.
찾아오는 조의객은 거의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오후에는 상대 차주의 보험사 담당자라는 남자가 검은 정장을 빼입고 찾아와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진을 상주의 자리에 세워놓고 혜숙은 그 사람을 상대로 멀리 떨어져 앉아 한참을 대화했다. 예의상 그 앞에 차려낸 육개장을 그 남자는 단 한 숟갈도 뜨지 않았다.
혜숙과 남자를 멍하니 쳐다보던 이진은 고개를 돌려 사진 속 정은을 보았다.
한 십 년 전쯤 찍은 사진인가. 사진 속 정은은 젊었다. 그 당시 그녀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정은이 꽤나 좋아했던 것 같았다. 상대방을 향한 순수한 호의만이 느껴지는 미소에는 이진이 정은과 헤어지던 5년 전, 그녀의 얼굴에 가득 껴있던 우울함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거려 봐도 이진은 정은이 자신에게 그런 웃음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지 까마득했다. 오 년 전이라면 불과 이진의 나이 13살이었다. 알 것 다 알고 모르는 것도 눈치껏 아는 나이인 열세 살. 그때 정은은 이진의 손을 잡고 불쑥 혜숙을 찾아왔었다.
“이진이 좀 부탁하자.”
“머라하노.”
꾸역꾸역 찾아간 혜숙의 낡은 집 현관에 위태하게 서 있던 정은은 바닥에 작은 짐가방과 함께 이진의 손을 내려놓았다. 마치 잠시 멀리 여행을 가야 하니 불필요한 짐 좀 당분간 맡기자고 찾아온 것처럼 정은은 혜숙에게 말했다.
“이 방법 밖에 없다. 우리 이진이 니한테 좀 맡기자.”
“머라하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간히 연락만 주고받던 정은이 며칠 전 갑자기 주소를 물어왔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혜숙은 아니나 다를까 짐도 모자라 과년한 딸까지 데려온 것을 목도하자 어이가 없었다.
“… 혜숙아.”
“야, 최정은.”
“이진이는 내처럼 살면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니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니 진짜로 이게 무슨 짓인지 알고 하는 거가.”
“안다. 수 백번, 수 천 번을 고민했다. 그래도 이거밖에 없다. 이렇게 아니면 내랑 우리 이진이는….”
“….”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살려고, 적어도 우리 이진이만큼은 평범하게 살게 해 주려고 이러는 거다.”
피눈물 같은 눈물이 정은의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핏기 서린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정은과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이진을 번갈아보던 혜숙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혜숙아. 부탁한다. 돈만 좀 모아지면, 금방 내 이진이 데리러 올게.”
정은은 마지막으로 이진에게서 돌아서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딸을 꼭 안아주지 않았다. 대신 이진의 까만 머리통을 몇 번 쓰다듬을 뿐이었다. 나름 정을 떼려는 시도였을까. 그게 자신의 딸에게 남긴 마지막 애정표현이었다는 걸 그때 정은이 알았더라면, 그녀는 자신의 딸을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꼭 안아주었을까.
그리고 오 년이 흘렀다.
이진은 혜숙을 따라 동에서 서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도시에서 섬으로 한 군데 최소 1년 이상을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드문드문 정은이 부쳐주는 돈은 혜숙은 단 한 푼도 빼놓지 않고 이진의 통장 앞으로 꼬박꼬박 모아두고 있었다.
장례식장을 떠나는 보험사 담당자가 가지런히 벗어놓은 자신의 구두를 신으며 다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할 때까지도 혜숙은 이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차게 식은 육개장을 향해 자리로 돌아간 혜숙은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더니 벌떡 일어나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왔다. 뚜껑을 열고 종이컵에 졸졸 소주를 따른 혜숙은 안주도 없이 투명한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기름기가 둥둥 뜬 일회용 그릇 속 육개장을 응시하던 혜숙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돈만 모아지면 딸래미 데려온다더니. 결국 딸래미는 안 데리러 오고 돈만 쥐어주고 가는 게 어딨노.”
혜숙은 다시 종이컵에 소주를 콸콸 붓고는 꿀꺽꿀꺽 마셨다.
“염치가 없어도 유분수지. 지금까지 지 딸래미 먹여주고 재워주고 진짜 내 새끼도 이렇게는 못 키우겠구만. 아무리 내 볼 낯짝이 없어도 그렇지. 가는 길에 인사도 없이 이렇게 가는 싸가지가 어딨노.”
“내가 니 딸래미 대학까지 안 보내줄 줄 알았나. 니한테 받은 돈은 내 십원 한 장 내한테 안 쓰고 다 모아놨다. 니 딸래미 니처럼 안 살게 할라고. 서울에 대학교도 보내주고, 이쁜 옷도 사 입힐라고 내 다 모아놨다. 니가 이렇게 안 보태도 충분하단 말이다.”
웅얼거리는 혜숙의 목소리 사이로 술기운인지 울음기운인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혜숙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이진을 보았다. 이진은 두 무릎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을 푹 숙이고 선잠에 든 상태였다.
작고 검은 조약돌처럼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이진을 보던 혜숙이 시선을 옮겨 영정사진 속 정은과 눈을 마주쳤다. 마침내 혜숙의 두 눈에 미처 목구멍으로 내려가지 못한 소주 두 방울이 울컥 위로 치솟았다.
“난중에 니 딸래미 데리러 올 때 내가 이렇게 예쁘게 키워놨다고 니한테 칭찬들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뭐꼬. 봐라. 지금 이진이랑 니 열여덟 살 때랑 똑같이 생겼제. 얼마나 이쁘노. 니 딸래미, 얼마나 곱노. 웃지만 말고 말 좀 해봐라. 돈만 모아지면 데리러 온다메. 하여튼 정 없는 년.”
대답 없는 정은은 여전히 허공을 향해 미소만 띠고 있을 뿐이었다.
살풋 잠에서 깬 이진은 사방이 더욱 조용해져 있음을 확인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보자 시간은 새벽 2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구석의 테이블 사이로 혜숙은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어있었다.
화장실에 가려 자리에서 일어난 이진은 신발장에서 자신의 낡은 컨버스를 꺼내 신었다. 그리고 문득 서호가 떠올랐다.
이 시간이면 자고 있겠지. 넌 내가 이렇게 고요한 불행 속에 잠식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대충 선생님이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럼 예의상 나한테 메시지라도 하나 보내주지.
이진은 부지불식간에 스며든 서호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래서 친절에 쉽게 속아 넘어가면 안 되는 건데.
어두컴컴한 복도에 이진의 낡은 남색 컨버스 뒤축이 질질 끌리는 소리만이 일정하게 들려왔다. 오늘따라 병원 장례식장에는 다른 상도 없어 스산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진의 인기척에 반응한 화장실에 불이 들어오자, 눈부신 형광등 불빛에 이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면대 앞에 선 이진은 건조하게 메말라있는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그나마 정신이 좀 차려졌다.
눈가와 턱 끝에 묻은 물기를 손으로 털어낸 이진이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다.
이진의 눈길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 한쪽에 꽂혀있던 하얀색 리본으로 향했다. 그 작은 리본을 노려보던 이진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참으려고 안간힘 쓰는 그녀의 턱 끝이 덜덜 떨려왔고, 세면대를 받치고 말아쥔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간신히 버티고 서있던 앙상하고 메마른 두 다리는 휘청거렸다.
정은의 손을 잡고 혜숙의 집으로 향하던 날. 버스 안에서 가만히 차 창밖을 바라보던 정은에게 이진이 물었다.
“엄마.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응. 엄마 친구 집에.”
“왜요?”
“응. 엄마 친구 집에서 이진이 열 밤만 자고 나면 엄마가 선물 사올라꼬.”
“무슨 선물이요?”
“뭐 받고 싶은데?”
“음. 나는….”
다정하게 자신을 내려보는 정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진은 뜸을 들이다가 이내 덧붙였다.
“예쁜 삔 갖고 싶어요.”
“삔?”
“네. 리본 삔도 좋고, 꽃모양도 좋고. 담임 선생님이 나는 두상이 예뻐서 삔 꽂으면 더 이쁘다고 했어요.”
“맞나.”
부끄러워하며 조곤조곤 엄마를 향해 말하는 이진을 보던 정은의 입가에 싱긋 웃음꽃이 피었다. 검은색 고무줄로 단정하게 묶은 이진의 머리를 쓰다듬던 정은이 이진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펴보였다.
“그래. 엄마가 담에 이진이 데리러 올 때 이쁜 삔 많이 사 올게. 약속.”
마침내 지워내지 못한 지우개 가루 더미 아래 묻혀있던 추억 하나가 튀어 오른 순간.
이진은 끝끝내 주저앉아 흐느꼈다.
“삔 사온다메. 이쁜 삔 사온다메. 열 밤만 자고나면 온다고 했잖아.”
아무도 오가지 않는 화장실 세면대 아래에 무릎을 굽히고 주저앉은 이진은 입술 사이로 그동안 혜숙을 따라 전국 팔도를 다니며 잊은 줄 알았던 엄마의 고향 사투리를 토하듯 내뱉었다.
“이게 그 삔이가. 이게 선물이가.”
혜숙은 정은이 관 속에 누워있던 모습도, 염을 할 때도, 화장 직전에도 그 모습을 이진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 가여운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이런 낯선 모습이 아닌, 희미하게나마 엄마가 따뜻한 숨을 쉬고 있을 때로 남아있었으면 했다.
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이틀이 지나고, 이진은 서호에게서 짧은 메시지를 받았다.
내일이 체육대회였나.
속으로 생각하던 이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오만 가지 생각들이 부유하듯 머릿 속에 떠오르고 기어코 새벽 어스름이 돼서야, 이진의 마음속에 작은 결의가 피어올랐다.
까짓 거 앞으로 죽을 듯 말 듯 달려보자고.
이제 자신을 붙잡을 것도 없으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불행이 자신을 따라잡을 틈도 없게 한 번 달음박질쳐 보자고.
정은이 이진에게 남기고 간 그리움의 그림자 위에 누군가 희미하게 빛을 비추고 있는 것을 이진은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