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2.

2. 이스탄불 카드 찾아 삼만리.

by 모루


자고, 자고, 잤다.

여행이 쌓인 만큼 피로도 쌓여, 다들 한도 끝도 없이 예민했다. 나는 감기가 거의 다 나아갔지만 이번에는 아빠가 골골거렸다. 그러니까, 제발, 여행은, 쉬면서, 하자고, 매번 얘기했거늘.


장기여행은 적절히 쉼과 관광을 배분하지 않으면 나중엔 결국 앓게 된다. 여행에도 정말이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보고, 모든 것을 다 경험하는 여행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유명한 것들 백날 봐봐야 어차피 기억도 다 못한다고. 제발 그냥 앉아서 커피나 마시자고. (는 개인적인 여행 스타일입니다.)



첫 이스탄불 3박 4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쉴 거라고 한 삼 천 번쯤 얘기한 게 이제야 먹혔는지, 아니면 일부러 숙소를 도심이 아닌 외진데 잡은 게 먹힌 건지. 나는 드디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오후 늦게까지 잘 수 있었다. 신난다.


간만에 푹 쉬고 느지막이 숙소를 나섰다. 원래는 이집션 바자르(므스르 차르슈)에 가려고 했는데, 집 앞 버스정류장에 티켓 머신이 없었다. 결국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교통카드를 찾아 동네를 방황하게 되었다.




걷다 보니 보니 웬 공원이 나왔다. 터키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하나씩 사 먹었다. 40리라인데 비싼 건지 싼 건지 감이 안 잡혔다. 아직 어렵다, 튀르키예 물가.


공원을 나와 뭔가 엄청 숨겨진 맛집 같아 보이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대반전은 아무도 맛있게 먹지 못 했다는 것. 부모님은​ 빵이라 마음에 안 들어했고, 나는 애를 보느라 다 식고 눅눅해진 걸 먹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게 먹었다.



식사를 했으니 소화를 시킬 겸, 내일의 여정을 위해 다시 교통 카드를 찾아 떠나기로 했다. 지하철 역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는 정보를 보고, 식당 주인에게 지하철 역이 어디냐 물었다. 지척인 것처럼 얘기한 것과는 달리 한참을 걸어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갈 때까지는 청과물 가게를 만나 체리도 사고 살구도 사고, 참 좋았다.



드디어 역에 도착했는데,

오, 좋아, 티켓 자판기도 있었는데,

응…?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 현금 인출기에서 뽑으면 되지! 하고 호기롭게 구글맵에 검색을 해보니, 응…? 현금 인출기가 숙소 근처에 있다고…?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왔는데, 교통카드를 사려면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가야 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났다.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맥주와 과일, 구아바 주스만 손에 든 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ATM에 들러 돈도 뽑았다. ​내일은 교통카드를 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