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1.

1. 흥정의 시작.

by 모루


6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30대 엄마, 0세 아기가 여행을 떠났다. 3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 취리히에서 세 시간을 날아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보통 공항에서부터 흥정이 시작된다. 우리는 짐도 많고, 아이도 있고, 지난 여행으로 인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나는 원래 무계획 여행을 선호하지만, 이쯤 되니 택시 기사들과 가격 언쟁을 벌이는 것조차 귀찮았다. 그래서 전날 여행 어플로 미리 픽업 택시를 예약해 두었다.



약속 장소로 나와 공항 택시 직원들을 통해 내 이름이 예약 목록에 있는 것까지 확인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픽업 차량이 오지 않았다. 언제쯤 오냐고 물으니 자기는 여행 어플 소속 직원이 아니라 모른단다. 픽업 기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30분가량을 넘게 기다려도 차는 오지 않는다. 결국 예약이 무색하게, 여러 번의 흥정 끝에 공항 택시 하나를 골라서 탔다.


숙소로 가고 있는데 예약해 두었던 픽업 기사한테 전화가 왔다. 이미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 넘은 상태였다. 당신이 오지 않아 다른 택시를 타고 가고 있다 하니, 본인은 지금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화를 낸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나한테 왜 이래 진짜.


진이 다 빠져서 그냥 우리 택시기사님을 바꿔줬더니 간단하게 해결이 됐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조금 가파른 언덕길에 있어서, 대중교통이 아니라 택시를 타고 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이라 캐리어를 끌고 오르기엔 힘들기도 했을 거고, 초행길에는 찾기도 어려웠을 것 같았다. 마치 우리나라 달동네를 연상케 하는 동네였다.


다들 행복한 기억만 남은 스위스를 떠나왔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여독이 쌓이기도 해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고기를 구워 먹으려 했는데 아직은 동네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육점을 찾아 또 동네를 헤매자니 도저히 무리였다. 근처 작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을 사다가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통닭이 오래도록 익지 않아서, 세 번이나 가서야 살 수 있었다. 두 번째 갔을 때는 심지어 무료로 배달까지 해준댔는데,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온 한국인은 그새를 못 기다리고 세 번째에 또 가서 겨우 샀다.


닭을 잡아서 오냐며 불평했던 우리는, 막상 통닭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마늘과 고추를 곁들여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한국의 전기구이 통닭과 다를 바 없는 맛이었다. 아, 고향의 맛!



마트에서 천상의 맛이라는 카이막을 사다 맛을 보고, 나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또다시 잠을 자지 않겠다며 떼를 쓰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밤산책을 다녀온 엄마가 말했다. 야경이 아주 아름다운 동네라고. 엄마는 오래도록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전 여행지의 아쉬움을 가지고 온 곳,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 도착한 곳.

튀르키예가 우리에게 어떤 여행지가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