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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un 23. 2019

거절을 이겨내고 싶다, 잘

‘시간 선택제' 고시생 되기

몇 차례 불합격을 경험한 뒤, 고시생 신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생활비도 필요하던 참에 일을 병행하며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일단 나는 스스로 ‘전일제’ 고시생이 아니라 ‘시간 선택제’ 고시생이라고 정의 내렸다. 나 혼자만의 다짐으로 끝낼 수는 없는 일, 당장 구직을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는 곧 깨닫게 되었다. 구직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 채용에서 서류 불합격은 그 여부를 통보받기 어렵다. ‘연락 없음’이 곧 ‘불합격’인 셈이다. 처음 몇 번,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보냈지만 제대로 갔는지, 열람되었는지를 알기가 어려워 결국 방문 접수를 택하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온라인 접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조건을 가리지 않고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보냈고, 대부분의 곳에서 아무 대답도 듣지 못 했, 아니 무언의 거절 의사를 받았다.


거절이 주는 고통

거절은 언제 어디에서든 당할 수 있다. 일생일대의 면접에서든, 사소한 부탁에서든, 당연하게 생각했던 기회에서든. 내 경우에도 그렇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도 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일상에 새로움을 선물하고 싶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재단의 시즌제 무료 강연을 신청했다. 매주 있을 강연을 피해 공부 계획도 짜고 약속도 피해 잡았는데, 웬걸 발표가 예정된 날 재단에서 온 것은 탈락 문자였다. ‘모시지 못하여 송구스럽다'는 문자가 이렇게 야속하게 느껴질 줄이야. 사소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회에서까지 거절을 당하고 나니 거듭되는 거절에 몸에 힘이 쭉 빠지고 화가 난다. ‘아니, 나는 언제까지 거절당하기만 해야 돼?’


거절이 주는 가장 큰 고통은 거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에서 온다. 내가 못나서 그런 거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치중하지 않고, 이 거절은 다른 기회를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 말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설득은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뿐이다.


거절을 극복하는 법

그러니 거절에 익숙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수없이 거절당하여 거절에 무감각해지면 좀 나아질까. 잘 모르겠다. 그 누군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아직 좀 더 많은 거절이 필요한가 보다. 그렇다고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 시도조차 거두기는 싫다. 거절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체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내가 거절을 이겨내고 있는 방법은 뭐냐고? 야속하지만 거절을 극복하는 방법은 ‘성취’뿐이다. 나에게는 단 한 번의 승낙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일상 속에 승낙보다 훨씬 많은 거절이 함께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속상하고 마음 아픈 거절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수많은 거절을 견디기 위해서는 거절과 거절 사이, 단 한 번의 승낙이 필요하다. 그 승낙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로부터 얻은 성취감이 새로운 거절을 위한 시도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다행이다.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존버의 결과 앞으로 수 번의 거절을 견딜 만큼의 성취감을 얻었다. 거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얻어낸 값진 열매다. 짧은 기간의 계약직 교사이지만, 끝이 있어 더 즐거운 요즘이다.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 신입 선생님들과 거절의 경험을 공유하며 생각지 못한 위로를 얻게도 된다. 이로써 거절을 극복하는 방법이 한 가지 더 늘었다. 벌써부터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나면 나는 또 다른 거절을 향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난 여전히 거절을 이겨내고 싶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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