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 05
이집트 여행 05
이집트는 나일강을 기준으로 나뉘어 살아왔다. 서쪽은 죽은 자들의 땅 네크로폴리스 Necropolis, 동쪽은 산 자들의 땅 아크로폴리스 Acropolis.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을 넘나들며 서쪽에서는 무덤을, 동쪽에서는 신전을 볼 수 있다. 피라미드 지구인 기자와 사카라도 나일강 서쪽 네크로폴리스에 위치한다. 앞으로 갈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 아스완 아부 심벨 역시 네크로폴리스!
사카라와 멤피스를 둘러본 뒤 다시 카이로. 사카라에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가 있다면 기자에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가 있다. 고왕국 제4왕조 쿠푸 왕의 무덤이다. 기자는 투어 일정상 이집트 일주를 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날 오전에 둘러본다. 사카라 멤피스에서 가까운 기자 지구라 하루에 돌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기자의 대피라미드, 일명 기자 피라미드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가장 큰 쿠푸 왕의 피라미드, 그의 아들 카프레왕의 피라미드, 또 그의 아들 멘카우레왕의 피라미드. 3대에 걸친 3개의 피라미드.
먼저 이집트 고왕국 전성기를 이끈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제일 크다. 화강암 230만 개, 총 210단을 쌓아 만들었으며 높이는 146m였으나 현재 137m. 13세기 영국 링컨 대성당이 세워지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그야말로 피라미드의 황금기 시대. 엄청난 자본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만큼 이후에 이렇게 큰 피라미드는 지어지지 않았고, 땅 위에 무덤을 쌓는 대신 중왕국 신왕국 시대에는 왕가의 계곡 같이 기존의 계곡 절벽 아래를 파 무덤을 만들었다.
Name in English | Giza Necropolis, Great Pyramid of Khufu
Address | Al Haram, Nazlet El-Semman, Al Giza Desert, Giza Governorate 3512201 이집트
Completed | BC 2560
부활과 영생을 꿈꾸던 파라오의 상징, 피라미드 Pyramid와 스핑크스 Sphinx. 노예들을 착취해지었다는 설도 많았으나 현재 연구로는 7월-10월 나일강 범람시기 즉 농한기 4개월 동안 농부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해 국가사업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라는 설이 유력해졌다. 월급으로 빵과 맥주를 받았다는 기록, 심지어 파업도 있었다는 (무려 세계 최초!)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진에 안 담기는 거대함. 가장 하단에 위치한 화강암 하나는 내 키를 훌쩍 넘을 만큼 크다. 쿠푸 피라미드 내부를 보는 투어는 선택관광으로 문명박물관과 함께 130유로. 작년에 오픈한 문명박물관은 가보고 싶었는데, 쿠푸 피라미드 내부는 호불호가 많아 패스했다. 매우 좁고 석관 하나만 있다고. 이왕 이집트에 피라미드 보러 왔으니 내부도 들어가 봐야지 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선택관광 진행하는 동안 (3-40분) 우리는 주변에서 자유시간.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사람도 많고, 관광객들을 노리는 호객꾼들도 많다.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말고 조심해야 하는 메인 스폿! 앞선 포스팅에도 썼지만 목에 사원증을 걸고 있다고 믿으면 안된다. 사원증을 보여주며 돈워리 돈워리를 연달아 외치고, 포토 스폿이라며 친절하게 알려준다. 급기야 정신없는 틈에 핸드폰을 뺏어가 사진도 찍어준다. 도둑이나 사기꾼만 아닐 뿐 당연히 팁을 요구했다. 덕분에 도망가느라 피라미드 반바퀴를 뛰었네.
쿠푸 왕 피라미드 왼쪽에는 쿠푸 왕의 태양선이 전시되어 있었던 곳. 피라미드 발굴과 함께 발견된 태양선은 파라오가 죽은 뒤 나일강을 건너갈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한다. 과거의 피라미드 사진을 보면 하얀색 지붕에 투명 유리 전시관으로 해 내부 태양선을 볼 수 있도록 한 건물이 바로 보트 뮤지엄이다. 작년에 올해 중 오픈 예정인 그랜드 이집트 뮤지엄으로 이전해서 볼 수 없다.
쿠푸 왕 피라미드 뒤편으로 보이는 그의 아들, 카프레의 피라미드. 쿠푸 왕의 피라미드보다 규모는 작지만 언덕에 지어 멀리서 볼 때는 훨씬 더 커 보인다. 아버지를 존중하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한 똑똑한 방법이다. 그의 피라미드 상단에는 석회암으로 미장한 삼각형 피라미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사카라에서 본 것처럼 하단은 모두 훼손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곳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오리지널의 흔적이다.
다음은 피라미드 파노라마 뷰 포인트로 향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피라미드는 대략 300여 개가 있다고 한다. 이집트에 100개, 수단에 200개 정도. 기자부터 사카라까지 네크로폴리스 지역에 피라미드가 쭉 이어지는데 파노라마 뷰 포인트에서 기자의 대피라미스 콤플렉스는 물론 날이 좋으면 사카라 지역 피라미드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왼쪽부터 쿠푸 왕, 카프레 왕, 멘카우레 왕 피라미드 순서.
다시 버스 타고 이동, 마지막은 드디어 스핑크스를 보러 간다. 카프레 피라미드 앞을 수호하는 대스핑크스. 쿠푸왕 피라미드가 아니다!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비이자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스핑크스. 앞발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무려 73m에 달하고, 높이는 20m, 너비는 19m이다. 카프레의 대스핑크스는 하나의 거대한 암석을 통째로 깎아 만들었고, 깎아낸 암석은 바로 옆에 있는 카프레의 장제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Name in English | Great Shpinx of Giza
Address | Al Giza Desert, Giza Governorate 3512201 이집트
Completed | BC 2558
지금 봐도 놀라운 규모인데 당시에는 얼마나 획기적인 랜드마크였겠는가! 고대 로마 시대에도 유명한 관광지였던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자의 피라미드 지구는 모래 언덕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이 끊기고 오랜 시간 동안 모래에 묻혀있었기 때문에 현재에도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며 후대에 전해지게 되었다.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고고학 발굴이 진행되었다. 이탈리아 고고학팀이 가슴 부근까지 발굴했고, 1857년 카이로 박물관 설립자로 유명한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대대적인 발굴 작업 끝에 드디어 스핑크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핑크스를 마지막으로 기자 투어 끝!
이제 피라미드 내부에 있었을 보물들을 보러 카이로로 간다.
#미하치이집트 #이집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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