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갑니다. 저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이 만 먹었네요;; 그래도 '나름' 재밌는 20대를 보냈습니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벽을 만나는 것은 숙명이고 굉장히 큰 벽에 부딪혔을 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아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1) 뛰어 넘을 것인가, 2) 돌아 갈 것인가. 중요한 선택은 항상 둘 중 하나였습니다.
벽을 넘어 저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함의 전제는 벽은 얼마나 높고, 나는 지금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가를 아는 것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라는 말은 비장하기 까지 합니다. '나는 이렇고, 벽은 이렇게 높은데, 심지어 갈 때까지 가고 할 때까지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고 느낄 때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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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뛰어넘기]
어릴 적 부터 독립이 굉장히 하고 싶었어요. 대학생이 되었을 때, 경제적 독립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사회적 독립을 이루는 단 하나의 명확한 방법은 '밥벌이를 스스로 한다.' 였습니다. 고3 겨울방학은 '무엇을 더 준비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최초로 던졌던 시기입니다.
아직도 그때가 생생합니다. 수능이 막 끝난 1월이었는데, 엄청 추웠어요. 저의 고향인 수원, 그 중에서도 저희 동네에 있는 왠만한 상점들은 한번씩 가보았습니다. "...사 장...님... 혹시...알바...구 하세..요?" 손에는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봉투에 이력서 양식 넣어서 엄동설한을 다녔습니다. 몇번 깨지고 나니 봉투에 손 때가 묻어 있더라구요.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났습니다.
그 때 생각했던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의 답은 '자신감'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그 당시 다녔던 이곳 저곳은 대체로 서비스 업종이었고, 저와 사장님들과의 첫 만남에서 제 모습이 그리 보기 좋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인싸로 보이진 않았을 것 같아요. 모기 목소리로 물건 하나 제대로 팔고, 고객 응대 한 번 똑바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셨을까요? 편의점 한 귀퉁이에서 레쓰비 커피 한 캔 마시며 했던 그때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멘티님들이 다들 경험하셨던 부분일테니, 친숙하실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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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등지기]
이제 두번째 입니다. 저는 휴학을 남들보다 조금 길게했습니다. 3년 반을 했는데, 복학했을 때는 이미 동기들이 졸업하였더라구요. 3학년 1학기였습니다. 조바심이 나는 것도 있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내 삶에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실전에서 얻어터지고 배우자.' 라는 생각에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첫 인턴은 지극히 운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긴 했는데, 그 살아왔던 결과보다는 그 '열심'이라는 것에 선배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이 놈한테 일 한번 시켜보자.'라는 마음이셨던 것 같습니다. 아마 면접 과정에서 남들보다 조금 적극적이었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남들보다 조금 논리적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유스 마케팅 에이전시 인턴 입사, S증권사 마케팅 사원 입사)
사실 일반적으로는 3-4학년 쯤에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과는 다르게 굉장히 이른 나에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무작정 부딪히기만 하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고착화되기도 하였습니다. 고민할 새도 없이 이렇게 술술 풀리니 대학 졸업 후에는 더 잘 되겠구나 했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곧이어 역풍을 맞게 됩니다. 3학년 2학기가 끝나고 학점교류로 인턴사원 입사에 도전하였습니다. 이전에 패기가 남아 있었는지, 이번에도 입사하게 되었고 입사 한 주 금요일에 정규직 전환 제안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아 보이죠. 그러나 그 후 3년이 지나, 돌연 퇴사를 합니다. (외국계 회사 마케팅 사원 입사, 퇴사)
3년 간 나름의 만족으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사회생활-경제적독립을 하는 것이 20대 최대 목표였으니, 그 목표를 일찍 이룬 것이었습니다. 입사 시점, 그때부터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당장 목표 만 이뤘을 뿐이지, 그 다음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인생이 굉장히 깁니다.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 기본이었습니다.
이때는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했지만, 제가 있는 그 공간에서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분명 뛰어난 선배님들이 있는 조직이었고, 배울 것이 많은 직장이었으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적극성으로 얻은 금자탑을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 잊고 있었습니다.
퇴사에는 남들이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습니다. 상사와의 불화, 처우에 대한 불만, 동종업계 다른 회사로부터의 스카웃 등 명확합니다. 제 서류 상 퇴사 사유가 '개인사정'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는 '뭘 어떻게 앞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ㅠㅠ' 였습니다. 그야 말로 노답. 그냥 이렇게 살기는 너무 아쉬웠나 봅니다. 의미를 찾아야 했지요. 차라리 벽을 찾기보다,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혹, 해당 회사 해당 업계에 계신 분을 좋지 않게 말하는 것으로 오해하신다면 오해입니다;; 저 개인의 상황이었을 뿐이에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조금만 더 있어보지 그랬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해는 되지요. 채용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벽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회사다니면서 하지 그랬냐고 생각 하실 수도 있는데, 그만큼 절박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D 나에게 맞는 벽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안에서 찾지 않고, 밖으로 찾아 나섰습니다. 그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삶의 진리와 새로운 목표를 찾아 무작정 나왔습니다. 삶 전반에 걸친 목표와 준비, 현황 파악이 필요했습니다. 벽을 새로 쌓아 올려야 했고, 그 벽을 넘기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그리고 그 벽 끝에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