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희철 Apr 30. 2019

스타트업과 엔드게임

스포 없음

여자 친구에게 미션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개봉 주에 화제의 '그' 영화를 용산에서, 그것도 아이맥스로 예매하라는 것이다. '그' 영화의 개봉일이 1주일 남은 그 날, 회사 사장님과 중요한 회의 중 알람이 울렸다. 알람명 'cgv로 달려가라' 사냥개처럼 의심의 여지없이 cgv 앱을 켰다. 이전에 본 적 없는 화면이 떴으나, 나는 끝내 '그' 영화를 예매했다. 아이맥스는 아니었기에 절반의 성공이었다.


영화를 보고 내가 있는 생태계와 이 영화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whatever it takes

누구나 갖고 싶고, 기대하고, 열광하는 서비스가 되기는 어렵다. 토스를 예로 들면,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를 만들 때, 총 100건의 아이디어 중 가장 고객이 원하는 1가지 아이디어를 디벨롭했다고 한다. 가장 원하는 1가지를 제대로 보여줬으니, 국민도 행복하고 비바리퍼블리카 직원들도 행복한 서비스가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스타트업 씬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고생길이 있다. 해당 사업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서비스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에 1년이 걸렸다. 우리는 토스를 1년 전에 만날 수 있었다. 1년은 어떤 시간인가. 이 곳에서 강산이 12번 바뀔 시간이다. 개고생 걸려 판을 깔았는데, 뺏길 수도 있다. 그 와중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더욱 어렵다. 그들은 해냈기에 지금 더욱 많은 팬들이 있다. 이런 서사는 흔하지만, 현실에서는 얼마 없다.


2. 따로 또 같이.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관에서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나면 으레 잘난 척을 하게 된다. 이건 이래서 이래, 저건 저래서 그랬어. 이 영화는 그런 포인트가 굉장히 많았다. 이번 영화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각각 3부작의 킬링 포인트가 가득이다. 각자 솔로 무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개성 강한 인물들이 엔드게임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누군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헷갈릴 수 있을 만큼 적절하게 비중을 나눴고, 각자의 몫을 아주 잘 해낸 것에 손바닥에 발바닥 박수까지 치게 된다. 성공한 스타트업, 유니콘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나는 그 기라성과 같은 서비스의 형님들을 보면,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과장 조금 보태서 1당 3,000 정도는 해주시는 분들이다. 각자 영역의 고수이기에 척하면 척이고 딱하면 딱이다.


3. 성공 확률

그렇다. 이게 현실이다. 씬에서 방귀 좀 뀌는 플레이어들이 모인 공유 오피스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옆집 사람들이 바뀐다. 이햐~ 이 회사는 BM이 뭐길래 이렇게 직원들이 많지? 오오~ 이 회사가 이번에 투자를 크게 받았다며? 벌써 시리즈 몇이야? 모르겠다. 시리즈 몇인지. 부러워서 라운지에 있는 두유만 두 컵씩 마신다. 분명 좋은 의사결정들이 모이고 쌓여 만들어 낸 결과다. 그때 그 마케팅 전략을 쓰지 않았다면, 그때 타임 스톤을 주지 않았다면, 그때 경쟁사보다 먼저 뉴스레터를 보냈다면, 지금 OOO이 OOO 했더라면. (스포 하지 않겠습니다. 영화관에서 저와 같은 감동을 느끼시길. (찡끗)) 좋은 의사결정을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또 흥미롭기도 하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도 알 수 없다. 기왕이면 행복한 결과면 좋으련만.


당장 생각난 것은 요정도다. n차 관람을 준비 중이다. 보면서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추가할 예정.


작가의 이전글 구글 애드센스 로그_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