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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Nov 29. 2019

대화의 활로

에세이 #04


"대화도 길이 있습니다."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 



사람을 만나고 앉아 대화를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한때 저 스스로 이것을 '대화의 활로'라고 이름 붙여놓고는 이런저런 사람을 평가하곤 했습니다.

(정말, 건방지기 이를 데 없습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고 나서 '이 사람과는 활로가 만들어지지 않는구나..'라고 판단하며 관계의 양과 질을 결정했습니다. 처음 만나서 대화하고 5분 안에 판단하고는 그 판단만 의지해서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섣부른 일반화와 확증편향이 가져온 최악의 결과입니다.



"섣부른 일반화와 확증편향은 대화의 적입니다."


섣부른 일반화와 확증편향을 넘어서 생각을 바꾸게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전 직장 동료 B 씨입니다. 그는 말이 많지 않고, 대체로 차분하고 종종 화가 났더라도 고요한 사람이었습니다.

B 씨와 처음 우연히 동승하는 차 안에서 대화를 하며 저 혼자 또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분이 지나고 대화가 시작한 지 15분, 30분, 60분이 지나면서 대화에 활로가 열리고 그 사람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 나오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래 두고 지켜봐야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은 대체로 내 판단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내가 먼저 판단을 내려놓고 타인의 말과 행동이 내 판단에 1%라도 맞으면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 자랑하듯이 '거 봐, 내가 말한 게 맞았지. 내 말이 맞았잖아!'라고 말합니다. 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저 역시도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며 5분 만에 모든 것을 말하지 않듯이 타인도 동일하게 처음 만난 저에게 5분 만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듯 대화의 활로는 차근차근히 보내는 시간과 자기 본연의 모습이 자연스레 녹아나는 과정을 지나야 열리는 그 무엇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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