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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05. 2019

'한국 외교, 선도력을 보이다.' [1편]

시사 #02


"철학적인 사유의 높이를 올리고 선도력을
기른다면 현실적으로 문명의 깃발이 될 수 있다."

철학자 최진석의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선도력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한국이 21세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철학을 수입하는 국가에서 철학을 창조하는 국가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수용해서 비슷하게 베껴서 모방하는 추격 경제를 지향하는 것은 이류 국가가 채택하는 방법이다. 선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판'을 바꾸는 것이다!


이른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포지셔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언제까지 노예로 살 것인가?' 혹은 '언제까지 끌려가는 편안함을 누릴 것인가?'라는 근원전인 질문을 던진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국은 지금 선도할 것인지 수용하고 따라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개인에게 이르기까지 선도력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진 국가를 넘어서 새로운 위치에서 선도력을 발휘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그전에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는 잘 모르거나 간과하고 있지만,


"한국은 매우 큰 나라다. 다만, 국격을 보여준 적이 없을 뿐."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게 여기기 때문에 그 힘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정착시킨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성과이다. 물론 성과로 빚어진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그러나 어두움만 강조하여 빛을 놓친다면 그 빛마저 퇴색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경제규모, 생산성, 혁신성 등 구체적인 수치를 놓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아세안을 새로운 관점으로 봐야한다.


베트남은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청했고,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을 위한 스마트시티 건설, 말레이시아는 철도, 방산 분야 협력 등 2편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언급하겠지만 아세안은 한국을 중국, 일본 등과 다른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철저히 아세안을 아래로 두고 이용하기에 급급했지만 한국은 파트너로 존중하고 존중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데 이것은 완전히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생각해보자. 약소국의 수반으로서 가장 서러울 때가 언제일까? 강대국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일 때가 아닌가? 조선왕조 600년간 우리가 중국에게 고개 들고 파트너로서 인정받은 적이 있는가? 지금 아세안 국가들이 처한 상황이 우리가 지난 600년간 당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존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초청하고 예우하고 존중한다.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고 있으며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이 이미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감있게 우리의 국력을 기반으로 국격을 보여준 적이 없을 뿐이다. 


아세안은 한국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오래된 통로이다.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각은 굴절되어 있다. 아세안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동남아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한 수 아래로 바라보는 땅이다. 한국인이 아세안을 방문하며 가지는 심리적 우월감과 한국사회에서 아세안 국가 출신 사람이 가지는 지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세안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땅이 아니다. 아시아 시대에 아세안은 미래 성장 동력이자 4강 외교에 매몰된 한국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오래된 통로이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의 선도력을 높이고 실질적인 전환이 일어난 것은 언제인지 살펴보자.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위기론은 부상하고 있었다.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동북아시아에 긴장을 고조했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다. 동북아의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간 시점이었고 전 세계는 통일을 이룬 상징성을 가진 독일을 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봤다. 달이 찼고 기울기 시작한 시기였다.


'한반도 위기에 평화를 말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6일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목표로 5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이다.
둘째, 북한 체재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
셋째,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
넷째,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다.
다섯째,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적, 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겠다.



정책 방향을 담은 4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1) 10.4 선언 10주년과 추석을 맞아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 추진
2)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여
3)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
4)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대화 재개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이어진 외교 행보는 흥미롭다. 북한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여 전 세계에 큰 감동과 울림을 전했다. 가장 큰 수확은 북한 사회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돌려놓은 것이다. 북한 땅에 우리와 같은 지구인이 살고 있는 것을 증명했다.  


북한 최고위층이 서울을 방문하고 평창으로 이동하는 모든 순간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이것은 한국에 대한 북한 엘리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축적했다.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그것을 실천하므로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검증을 마친 순간이며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큰 명망과 신뢰를 쌓은 순간이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도 이때 연출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 다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출처 :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 [2편]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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