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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18. 2019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직장동료

에세이 #12 '그때는 가깝고 지금은 멀다.'


전 직장 동료와 3년 만에 커피를 한 잔 했습니다.


전 직장동료 A와 3년 만에 만나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와 나는 일하는 방식이 상호 보완적이라 호흡이 좋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삶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았지만 A와는 사적 영역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서로 알고 있고 꽤 친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가 아는 공동의 인간관계가 일하는 3년 동안 쌓여서 업무와 관련된 대화는 잘 통했습니다. 파트너 기관의  B과장을 이야기하면 A는 이미 B과장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대화를 했고 서로가 가진 의견을 나누고 일정 부분 합의를 보기도 했습니다. 쉽게 말해 맥락을 이해하는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이직을 했고 우리는 명절에 서로 안부를 묻거나 업무 관련해서 물어볼 것이 있을 때 통화를 하긴 했습니다. 그러다 출장을 오게 된 A와 다시 만난 것입니다. 약 3여 년 만에 보는 것이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고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1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었고 유쾌했습니다. 대화는 잘 통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슬쩍 보니 20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1시간이 참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단지, 그와 내가 쌓은 시간이 과거에 머물러 있었고 현재의 그 무엇도 함께 공유한 것이 없었습니다. 서로가 모두 아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지금 관심 있는 이슈가 달랐습니다. 저는 딸이 태어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었고 그는 여전히 솔로입니다. 저는 전세대출, 이사 등이 중요했고 그는 연애, 커리어, 욜로 등이 중요했습니다.




 

A : 선임님 떠나시고 얼마나 적적했는지, 그런데요 새로 온 000 팀장이 있는데, 아! 그분 모르시죠? 그분이 어떤 스타일이냐면.... 완전 꼰대인데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예전에 있었던 박 OO 팀장처럼요.


나 : 아, 박 OO 팀장은 잘 계셔요?


A : 아, 그분도 결국 퇴사하셨어요.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알 수 없어요.


나 : 아, 퇴사하셨구나.


A : 그런데요, 새로 온 ㅇㅇ 팀장은요...


나 : 아.. 그러셨구나.


A : (한참을 자기 이야기를 한 이후) 그래서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딸은 잘 커요?


나 : 응, 나야. 잘 지내지!




관계의 유통기한이 가장 짧은 곳, 회사.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관계는 딱 얼굴을 본 순간부터 얼굴을 보지 않는 순간까지 일 것입니다. 매일 보던 팀장과도 퇴사하고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고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짜 다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관장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우리는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일한다는 뭐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아닌지.


A와 아마 앞으로 조금씩 더 멀어질 겁니다. 서로가 관계를 쌓기 위한 물리적, 정서적 노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희미한 기억으로 좋은 느낌 정도만 남을 것입니다.  또한 관계가 가진 속성이기에 쓸쓸하겠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와 얼마 남지 않은 관계의 유통기한을 상하지 않고 마무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유쾌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한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습니다. 그렇게 하면 저와 함께 보낸 3년에 대한 제 나름의 보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관계도 꽤 산뜻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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