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6
대구 예술가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설립한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이 있습니다. 2015년 개관식을 개최했는데 그때 이성민 배우가 참석했습니다. 연극판에서 오랜 무명 생활을 했던 이성민 배우는 대구 예술가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고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그는 소탈하게 행사에 참석했고 담담한 어조로 독립영화관 출범을 축하했습니다. 당시 행사 관계자는 이성민 배우에게 특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미생'(2014)으로 한참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이성민 배우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고 왠지 그가 좋은 사람처럼 느껴져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이성민 배우가 나온 모습을 봤습니다. 지난해 영화 <공작>으로 백상 예술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집으로 가자마자 아내가 말했다고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라고.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나 백상에서 상 타고 온 사람이야!
.......
그래서?
찬란한 순간이 지나가고 다시 맞이한 일상. 그가 집으로 돌아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백상에서 받은 트로피를 내려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것입니다. 트로피와 음식물 쓰레기는 아마 비슷한 무게가 아닐지.
저는 24살 때 태국 치앙라이 반뽕으로 갔었습니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인접한 골든 트라이앵글 주변에 살고 있는 소수부족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하는 선교사님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태국은 국제난민조약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국 내 살고 있는 소수부족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수부족 여성은 대체로 15세를 전후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하지만 대체로 유흥가로 유입되었습니다. 선교사의 임무는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는 것이지만 그것만큼이나 일자리와 교육에 대한 지원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마음에 울림이 있었고 1년간 태국 북부 지역 시골마을에서 지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반뽕 마을까지 차로 2시간 달리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무항생제 유기농 돼지
선교사님은 유기농 돼지 사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태국말로 무-라고 불리는 돼지는 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당시 태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먹거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건강한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무항생제 유기농 돼지를 기르며 소수부족 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초기 무항생제 유기농 돼지를 기르기 위한 사육장을 짓는 노가다에 함께 했고 유기농 돼지가 먹을 사료가 되는 바나나 나무줄기를 구하기 위해 매일 산으로 향했습니다.
매일의 노동과 매일의 새벽기도
이것이 제가 접한 선교지의 일이었습니다.
이성민 배우가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얼마일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연기를 하는 이유가 상을 받기 위함인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꾸준히 연기를 하는 동안 어느 시점에 물이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배를 띄웠는데 이 배가 튼튼하고 어지간한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버티다 백상을 만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이 들어와서 튼튼한 배라 생각하고 띄웠는데 자초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성민 배우가 더 좋아졌습니다.
[자료출처]
오오극장 상영관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816
오오극장 홈페이지 : http://55cine.com/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화면 출처 : http://m.news1.kr/articles/?3825537#_enli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