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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Feb 02. 2020

무례함은 분노의 옷을 입고 있다.

에세이 #28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즉석 떡볶이는 더 좋아합니다. 떡볶이를 먹으면 곰탕을 먹은 것처럼 에너지를 얻습니다. 비가 약간 오는 날 떡볶이를 사러 집을 나섰습니다.


신호등 옆에 서있던 분의 통화 내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걸음걸이가 꽤 빨랐는데 떡볶이를 가지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도착해서 줄을 섰는데 제 앞에 있었습니다.


점원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주문하셨어요?'


'.....(통화를 하며 손가락 하나를 올림)'


'1인분요?'


'.....(통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임)'


'(약간 당황하며) 1인분 맞으세요?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 중에 어떤 것으로 하셨어요?'


'.....(통화를 하며 포장지에 붙은 주문 용지를 보며 손가락으로 찍음)'


'1인분 중간맛으로 3,500원입니다.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통화를 하며 카드를 꺼내서 건네줌)'


'사인 부탁드립니다.'


'.....(통화를 하며 사인을 함)'


'맛있게 드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통화를 하며 뒤돌아 감)'


'.....'



순서를 기다리는데 순간 점원의 씁쓸한 웃음을 봤습니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마음에 남은 씁쓸함을 누르고 상냥하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주문하셨어요?'


친절하게 답하고 정중히 대했습니다. 그 날 저마저 굳이 그에게 씁쓸함을 더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분노는 대상을 찾고 찾다가 못 찾으면 자신에게 향합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단 1%라도 약해 보이는 대상을 찾으면 어김없이 무례함을 선사합니다. 무례함은 분노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고 떡볶이를 먹기 위해 준비하기까지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는데 막상 떡볶이를 먹으니 너무 맛있고 유쾌했습니다. 그도 그만의 유쾌함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를 바랬습니다.





[사진출처 :https://namu.wiki/w/%EC%8B%A0%EC%A0%84%EB%96%A1%EB%B3%B6%EC%9D%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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