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9
매번 가는 헤어숍에서 커트를 했습니다. 평소 디자이너를 돕는 스텝은 한 명이었는데 그 날따라 두 명이 서서 돕고 있었습니다. 평소 헤어숍에 가면 어색한데 뒤에 두 명이 서서 지켜보고 있으니 더 난처했습니다.
두 명 중 한 명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디자이너의 가위질을 멈추자마자 스펀지로 머리카락을 털어냈고 수시로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습니다.
커트가 마무리되고 머리를 감으려 가고 있는데 어김없이 두 명이 안내를 했습니다. 편안히 누웠는데 분주히 움직이던 분이 머리를 감기기 위해 호스로 물을 틀었는데 물이 따뜻해지기 전에 제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머리를 감기기 시작하는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 실습 대상이구나!
샴푸를 골고루 머리에 펴서 바르는 것, 두피를 마사지하듯 주무르며 시원하게 감겨나가는 것, 머리카락을 헹구기 위해 고개를 잡고 호스를 아래로 넣는 것 등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머리를 다 헹구고 이제 일어서려고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분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번 더 감겨드리겠습니다.
속으로 '아니, 머리를 두 번 감아야 한다고?'라고 생각했지만, 알겠다고 말하고 누워서 다시 머리를 감았습니다.
짬밥은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두피를 꾹꾹 누르며 시원하게 감겨주시는데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옆에 있는 인턴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해졌는지 엄청 잘하셔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머리를 두 번 감는 대가로 괜찮았습니다.
나중에 분주했던 분이 인턴으로 처음 헤어숍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인턴 첫날, 저는 그분이 실전 경험을 쌓는 대상이 되었고 머리를 두 번 감아 더 청결해졌을 뿐입니다.
이제 곧 커트를 하러 가야 하는데 그분의 실력이 변했을지 궁금합니다.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합니다. 그런데 혹시나 처음과 같이 비슷한 수준이면 솔직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되게 불편하다고.
이제 처음은 아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