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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Jan 25. 2020

단팥빵이 맛있어?

에세이 #25

단팥빵이 빵집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거의 종교에 가깝게 믿고 있습니다. 단팥빵이 맛있는 빵집은 다른 빵도 맛있을 거라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지해 빵집을 선택합니다.


다 필요 없고, 단팥빵이 맛있어?


단팥은 지나치게 달면 안 됩니다. 그러면 같이 먹는 우유의 맛을 흐립니다. 우유의 고소함이 단팥과 어울리는 정도의 단맛이 좋습니다. 단팥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단팥이 툭 튀어나오며 우유와 어우러지는 맛을 참 좋아합니다.


단팥빵의 빵은 딱딱하거나 마른 상태이면 좋지 않습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빵이 단팥을 품고 있다가 입에서 점점 옅어지며 단팥맛이 살짝 혀 끝에 스며들면 최고입니다.


확증편향과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몇 개의 영역이 있어야 일상이 유쾌합니다.


확증편향과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가히 과도할 만큼 받아들이는 영역 몇 개 정도는 있어야 일상이 유쾌합니다. 예를 들면, '롯데리아 햄버거는 맛이 없어, 왜냐하면 진짜 맛이 없기 때문에.', '버거킹 햄버거는 생양파가 들어가기 때문에 최악이야.', 'kfc는 왜 햄버거를 만드는지 모르겠어.'와 같은 것입니다. 합리적인 근거 따위는 집어치우고 자기 멋대로 느낀 바를 따르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권리 아니겠습니까?


아, 물론 맥도널드 빅맥은 모든 햄버거의 기준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빅맥 버거는 갓 튀긴 노 솔트 포테이토와 코가 콜라를 만나 삼위일체를 이룹니다. 환상적입니다.


이유 없음. 좋음의 근거.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냥 땡기는 것입니다. 맛있어 보이고 맛보고 싶은 것이며 설령 나중에 변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느끼고 싶은 그 무엇.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일상이 유쾌합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싶고 나중에 변하고 아파할 것이 뻔하더라도 지금 마음껏 사랑하지 않으면 섭섭한 그 무엇. 나이가 들어가며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어지는 경향이 가속화됩니다. 노잼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아내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큰 창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싶다.


아내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지만 비가 오면 큰 창이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곧 비가 오면 꼭 큰 창이 있는 카페에 가야겠습니다. 아, 물론 딸이 콧물감기와 열이 없고 중이염도 낫고 나서요.  창이든 작은 창이든 지금은 딸의 컨디션이 좋아야 저희 둘 다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뭐 그런 때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뭐 좋아하세요?





[사진출처 : https://images.app.goo.gl/6C4wWaa3SNTDDd3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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