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 #14
'이모부,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됐는데 제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더라고요.'
'아, 그래?'
'네, 그런데 그게 되게 희한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뭔가 짠하기도 하고.. 참 알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응, 나도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이모한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크게 남지 않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 속 젊은 30대 남자를 바로 보는 저의 심정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을 가질 경험과 기억이 별로 남지 않았기에 애써 마음을 쓰려해도 어렵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은 자식 두고 떠나는 30대 남자의 애처로운 마음이 어땠을까?를 헤아려보는 마음.
딸이 태어나고 팔 길이 반도 안되던 녀석이 먹고, 싸고, 자면서 점점 성장하고 눈을 맞추고 웃고, 애교를 떨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과정에 기쁨을 느끼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는 마음이 어떨지.. 아버지라는 느낌과 동시에 30대 남자가 느꼈을 마음이 어떠했을지. 예쁜 녀석들 크는 것도 못 보고.
그렇게 생각이 깊어지는 즈음 놀고 싶다고 방실방실 웃으며 저에게 기어 오는 딸을 힘껏 안았습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