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파즈 Mar 05. 2020

나보다 젊은 아버지

아빠육아 #14

혼자 놀고 있는 딸을 물끄러미 10분 동안 지켜봤습니다. 장난감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미간을 좁혀가며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또 무엇인가를 터득했는지 혼자 깔깔깔 웃기도 했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


딸이 태어나서 참 좋은데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


딸과 한참을 놀고 있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헤아려보니 아버지가 저보다 젊으신 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나보다 젊은 아버지.


생각 난 김에 꺼내본 사진 속의 아버지는 여전히 젊으셨습니다. 새삼 생경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외면했던 현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남자는 결혼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나이를 지나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가?


지난 설날 저와 비슷하게 일찍 아버지를 여읜 이모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모부,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됐는데 제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더라고요.'
'아, 그래?'
'네, 그런데 그게 되게 희한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뭔가 짠하기도 하고.. 참 알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응, 나도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이모한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크게 남지 않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 속 젊은 30대 남자를 바로 보는 저의 심정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을 가질 경험과 기억이 별로 남지 않았기에 애써 마음을 쓰려해도 어렵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은 자식 두고 떠나는 30대 남자의 애처로운 마음이 어땠을까?를 헤아려보는 마음.


딸이 태어나고 팔 길이 반도 안되던 녀석이 먹고, 싸고, 자면서 점점 성장하고 눈을 맞추고 웃고, 애교를 떨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과정에 기쁨을 느끼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는 마음이 어떨지.. 아버지라는 느낌과 동시에 30대 남자가 느꼈을 마음이 어떠했을지. 예쁜 녀석들 크는 것도 못 보고. 


그렇게 생각이 깊어지는 즈음 놀고 싶다고 방실방실 웃으며 저에게 기어 오는 딸을 힘껏 안았습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말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하는 사람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