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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Mar 22. 2020

현관문 사이에 비친 딸의 눈망울

아빠육아 #15

여느 주말과 다름없는 오후였습니다. 점심에 보쌈을 먹으려 마트를 다녀올 참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일반 쓰레기도 버리고요.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10개월 된 딸이 힘차게 기어 왔습니다. 어디 가냐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눈망울을 하고서.


쓰레기 두 봉지 들고 현관문이 닫히는 사이로 살짝 지켜보니 딸은 물끄러미 계속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면 부녀가 아주 헤어지는 줄.. ^^;;


'출근하는 길도 아니고 바쁘지도 않은데..'라는 생각에 문을 열고 딸을 꼭 안아줬습니다.


'아빠, 금방 갔다 올게.'라는 말을 몇 번이나 설명하고 나가는데 또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물끄러미 앉아서 지켜보는 겁니다. 참, 쪼꼬미 녀석이 사람 마음을 톡톡 건듭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크게 2.5kg로 태어나 저에게 '아빠'라는 역할을 줬던 녀석이 아빠를 알아보는 정도까지 큰 겁니다. 문득 마트를 걸어가며 '피가 섞인 가족에서 마음이 섞이는 가족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소한 일상이 쌓여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저와 딸이 지난 10개월간 함께하며 이벤트와 같은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같이 자고 먹고 웃고 놀고 눈을 마주치며 일상을 쌓아간 것이 전부입니다. 


일상이 쌓여 소소한 추억을 남기고 즐거운 경험이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아마 저에게 상당히 많은 잔소리를 할 것 같은데 그때 조금 힘들면 종종 오늘 일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딸이 덜 얄밉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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