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지. 조금씩 커가는 딸을 보며 절감합니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팔 길이 절반도 되지 않던 녀석이 기고 서고 이제는 눈을 맞추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아내가 딸에게 알려줬습니다. 배가 아파서 힘을 줄 때 두 눈을 질끈 감고 힘을 주라고. 그랬더니 엄마를 볼 때마다 두 눈을 깜빡거리며 윙크를 하는 겁니다. 저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제가 두 눈을 깜빡이면 따라서 눈을 깜빡합니다.
눈 하나 깜빡거리는 것이 무엇이라고 감동을 받는 것인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습니다. 정말 상투적인 글이라 인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다른 글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기를 낳고 기르는 것은 수많은 사람이 경험했던 일이나 저에게는 처음이라 매번 새롭고 매번 신기한 것이 사실입니다.
고통이 만연한 지금, 불쑥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일상에서 한 뼘 더 자란 딸을 보며 따뜻한 마음이 들 때입니다.
최근에 돌이 되기 전 타고 놀 수 있는 미끄럼틀을 샀는데 처음 하루 이틀은 어색하고 무서워서 잘 타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친숙해졌는지 재미있게 놉니다. 미끄럼틀 위에 앉혀놓고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는데 어느 순간 쑥~하고 타고 내려와서 웃는 겁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1~2초 상간. 그 순간을 영상에 담아 자주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이라니.
<강백호를 바라보는 안 감독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딸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도 일상의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야근이 잦아 몸도 마음도 지친 목요일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저와 눈이 딱 마주친 딸이 온 힘을 다해 기어서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그 몇 초가 참으로 따뜻하여 짧은 글로 남겼습니다.
너는 나의 영원한 봄이다.
<사진출처 : 만화 '슬램덩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