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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Mar 30. 2020

애씀이 당연함이 되는 순간

에세이 #44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노력해도 잘되지 않을 때. 사람을 만나고 일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일과 관계는 반드시 시간을 투여해야 성과가 나타납니다. '시간을 지나다', 혹은 '시간을 보내다.'와 같은 말은 인내를 포함합니다. 


인내하고 기다리며 원하던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더라도 삶에서 이루는 성취는 많지 않습니다. 


"성취는 짧고 과정은 지루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는 손에 꼽습니다. 우정을 나누는데 서툴렀고 어딘지 모르게 모난 인격이 한몫을 해서 좋은 사람을 종종 놓쳤습니다.


물론 반대로 더 이상 가까이 지내기 어려운 친구들도 만났고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적으로 멀어져 갔습니다. 아쉽기도 했고 또 약간 기쁘기도 했습니다.  


관계가 소원해지는 순간은 누군가의 애씀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소중함을 망각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모여 밥 먹는 일상이 '코로나-19'로 소중한 것이 된 것처럼.   


일할 때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입찰에 이미 다른 기업이 내정되어 있기도 하고 아침을 맞으며 작성한 보고서가 어이없이 반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팀 프로젝트로 함께 준비하며 고생했는데 15분 발표를 맡은 팀장이 스스로 으스대며 구성원에게 공로를 돌리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그런 순간 애씀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솔직히 섭섭함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싹 잊어버리고 시원하게 앞으로 나가고 싶은데 연연하며 아쉬워합니다. 




아침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헛헛한 마음을 떨쳐내며 출근하려 나서는데 식탁 위에 아내가 전날 밤에 준비한 간식 가방이 보였습니다.


문득...


'매일 딸을 돌보며 남편까지 챙기는 아내의 애씀이 나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는지.'


출근길에 비친 아침 햇살에 고개가 들기 민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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