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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Apr 03. 2020

고통은 국가를 돌아보게 한다.

시사 #09

인생은 고통이다. 인간 존재 이유는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다. 불편하지만 사실입니다.


배우 박신양 씨가 TV 토크쇼에 출연해서 러시아 유학 중 담당 교수가 던진 한마디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네가 행복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예수님, 부처님, 공자를 포함해 모든 성인이 공통적으로 말했습니다.


'인생은 고통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조던 피터슨은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내재한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 줄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즉 심원한 가치 체계에 내재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희망을 잃고 절망적인 허무주의의 유혹에 빠져들고 만다.'


온 세계가 고통 속에 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절망적입니다.


이탈리아는 60대 이상 인구의 직접 치료를 포기했고 사실상 자국민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허가 없이 외출하는 자국민에 대해 태형으로 처벌합니다. 집 밖으로 나왔다고 두들겨 맞아야 한다는 건데. 이게 무슨 일인지.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폭력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산소호흡기가 부족해서 의료진이 누구 먼저 살려야 할지 고민합니다.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대규모 냉동고에 시신을 쌓아 차곡차곡 보관합니다. 최고의 패권국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도 전시 상황과 동일하게 자국민의 이동을 제지하고 강제적 자가 격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길게 언급할 수도 없습니다. 망가진 국가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코 들춰보고 싶지 않던 진실을 모두가 직면하고 있습니다.


고통은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고통은 본질에 집중하게 합니다. 창궐한 전염병을 바라보며 '국가는 무엇인가?' 묻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의 살고 죽는 것은 찰나이고 신은 있는 것인지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일상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이 노력하고 애써야 겨우 실현할 수 있는 소중한 것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일상적 고통 즉, 전쟁, 기아, 배고픔, 환경 문제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약 10억 명 이상의 지구인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다가올지.


의료체계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들도 민낯을 드러내고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때가 되면 사람이 나타난다.'


전 세계가 고통을 받는 때에 한국이 나타났습니다. 한국형 방역체계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응한 선도적 모델입니다. 동시에 자기 집단의 이익만 고려하는 정치집단에 의해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언론 어디에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보기 힘듭니다. 한국 언론만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기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국 정부가 보여준 대응 결과가 지금 이 글을 쓰고 나의 일상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통제를 받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스스로 동참하는 것이지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았습니다.


직장 동료 A 씨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경험하고 세금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은 친절하정확했고 의료진은 섬세했다고 했습니다.


보건소로부터 매일 연락이 와서 발열 증상을 체크했고 건강 상의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지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그가 내뱉은 한마디는


내가 감염이 되면 치료를 받으면 되는데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을 사람들이 걱정이 되더라.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나'와 '너'가 모인 공동체가 서로의 안녕을 염려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만 안전하면 된다.'와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을 누군가가 걱정이다.'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내가 감염이 되더라도 의료진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나로 인해 감염된 사람들에게 입힌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미안함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말하는 '염치'를 지키며 살게 하는 것. 그것이 국가존재하는 진짜 이유가 아닌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나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응하지 못해 사재기가 시작되고 나부터 살고 보자는 불안이 공동체를 무너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가 자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개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할 때 타인을 염려하고 공동체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 대응 모델의 핵심은 공동체를 지키며 개인을 존중하는 국가 운영 철학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 '새로운 국가'는 무엇인지 성과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를 정의하는 새로운 철학이 공급될 것이고 새로운 국가 운영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21세기, 새로운 국가 모델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만 잘 모를 뿐.

 

 



<사진출처 :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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