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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Apr 07. 2020

슬럼프, 어떻게 극복하세요?

에세이 #45

봄이 오면 봄바람에 놀고 싶고 여름이면 더워서 일하기 싫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에 감수성이 살아나고 겨울에는 추워서 집콕하고 싶은 것처럼 찾아오는 '슬럼프'.


반드시 만나고 누구나 거쳐야 합니다.


인간은 몸, 마음, 영혼까지 내주며 뜨겁게 사랑했어도 권태를 느끼는데 재미없게 갈굼 당하며 일하는데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 선배 P에게 물었습니다.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하세요?'


답이 걸작입니다.


'다른 일을 찾는다.'


순간 머리가 띵했습니다. 속으로 '완전히 일에 미친 사람이구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깝게 연락하고 지냅니다. (^^) 좋은 사람이니깐.


선배 P는 슬럼프가 오면 다른 일을 찾았습니다.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는 태도로 새로운 일을 만들거나 전에 했던 일을 뒤지며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새로운 일로 대신하며 슬럼프를 넘겼고 새로 힘을 얻어 일하는 모습을 보니 '나름의 방법이구나..' 싶었습니다.


전 직장 동료 A에게 똑같이 물었습니다.


A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봐요. 글을 쓰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라 '아.. 네.. 그러시군요..'라는 어정쩡하기 이를 데 없는 답변을 하고 말았습니다. A는 평소에 음악, 그림,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건조한 문서 속에서 음악, 그림, 글을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살짝살짝 드러낼 수 있는데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A는 저의 어정쩡한 답변에 순간 흠칫 놀라더니 이내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나는 뭐 그렇다고요..'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A가 작성했던 문서는 일목요연했습니다. 한정된 틀 안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지 못했을 뿐입니다.


누구나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오늘 할 일을 더 세밀하게 적는다.'


나의 방법 : 세밀한 To Do List  작성 및 실행


엄밀히 말하면 메모에 집착합니다. 1시간, 30분, 15분 간격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적어놓고 실행하고 삭제하는 것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눈 앞의 일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잠잠히 기다립니다. 몸, 마음, 정신 그 어느 곳에서든 감지되는 슬럼프가 어서 지나가기를.


길게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늘 할 일만 끝내자. 그것이 전부입니다. 검정펜으로 적어놓은 할 일을 끝내고 빨간펜으로 슥슥 그어버립니다.


빨간 줄이 늘어나는 희열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사실 지금 슬럼프를 지나고 있기에 애를 쓰며 억지로 글을 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발행하는 것이 오늘 할 일로 적어놨었기 때문에.




그런데 말입니다.


'슬럼프, 어떻게 극복하세요?'





<사진출처 : 만화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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