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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Apr 19. 2020

어느 날, 구글이 나에게 물었다.

에세이 #46

'네이버와 무엇이 다르지?'


두 대의 모니터에 네이버와 구글 메인 페이지를 띄워놓고 검색을 하려는데 문득 네이버와 구글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이버 메인 화면을 찬찬히 지켜보자니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최대 이슈였던 총선 안내부터 마치 세상 모든 것이 여기에 다 있다고 자랑하는듯한 느낌.

 

<네이버 메인 페이지를 이렇게 차근차근 지켜본 적이 처음이었다.>


국내외 모든 언론사의 메인 페이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주제별로 읽을만한 글이 게시되어 있으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부터 대기업 온라인몰까지.


무엇보다 언론사 기사별로 달려있는 댓글은 언급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편향을 위한 놀이터가 되어버린 듯.)


맙소사! 밑으로 내려보니 지난 주말 TV, 영화, 음악.. 까지 없는 게 없었습니다. 메인 페이지에 모든 것을 다 제공하고 모든 것을 다 알려주겠다는 결의마저 느껴지는.


십수 년은 봐왔던 페이지인데 오늘따라 생소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네이버는 에게 그 어느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를 보며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왜냐하면 이미 알고 있거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네이버는 내가 어디로 가든 무엇을 선택하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알고리즘.


가 검색하고 클릭했던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이, 성별, 연봉, 성향에 따라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고 는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정신줄 놓고 깔아놓은 판에서 논다면 네이버가 하루 종일 끊임없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으로 쇼핑을 할 겁니다. 돈을 쓰는 겁니다. 상대가 깔아놓은 판에서 놀아나면 답이 없습니다.


네이버는 '소비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이익 추구 엄밀히 말하면 주주 가치를 명확히 실현하는 기업입니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거대한 포털이 설계된 느낌입니다. 결국 '소비'에 방점을 찍고 콘텐츠가 제작되었고 최적화된 위치를 찾아 배열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이며 명확한 접근입니다. 끝이 분명한 게임입니다. 단순한 메시지입니다. '돈을 써라.' 이것만큼 강력한 동기가 있겠습니까?


네이버를 검색하면 할수록 뭐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습니다.(맛집을 제외하고) 무엇이 나올지 대략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사용자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궁금하냐고?' 구글 페이지는 검색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오지랖을 떨며 먼저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검색하면 무엇이 얼마만큼 나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검색 결과를 통해 또 다른 자료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끊임없이 검색이 이어져 더 오래 머물게 되고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수용하게 됩니다. 마치 친구가 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사용자를 '존중'하려 애씁니다. 구글이라고 네이버와 존재 이유가 다르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합니다. 다만 사용자 즉 인간에 대한 접근이 서로 다를 뿐.



<구글 메인 페이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오로지 구글만 보일뿐>




"구글은 질문을 던지고 네이버는 해답을 던진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며 질문이 줄어들고 과거를 언급하기 좋아합니다. 이것은 개인적 성향을 포함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축적된 과거의 이야기가 풍부한데 굳이 알 수 없는 미래를 언급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파악하기 즐기는 사람은 질문이 없습니다. 타인의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에 대한 자기 판단이 있기 때문에 굳이 더 묻지 않습니다.


타인이 자기 판단에 부합하는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자기 확신이 명확해지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자기 판단이 옳다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입니다.


질문이 줄어드는 것은 보수화되고 있다는 증거고 자기 독선이 강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 안에 해답이 있기 때문에 그 해답을 섣불리 꺼내서 카드로 쓰려고 합니다.


그러다 속이 단단한 사람을 만나면 당황합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속이 단단한 사람은 섣불리 꺼낸 카드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는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고 '소비'에 집중한 검색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입니다. 스마트 스토어는 수수료 싸움이 치열한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개인사업자에게 매우 유용한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묻지 않고 답안만 엄청나게 던져놓는 플랫폼이라? 계속해서 흥미를 가지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소비만 하고 사는 동물이 아닙니다. 소비 이상의 그 무엇을 언제나 지향합니다. 당장 눈 앞의 일상이 빡빡해서 자주 매몰될 뿐.


해답을 던져놓고 반응을 살피는 사람보다 '뭐가 그렇게 힘든 거니?'라고 부드럽게 물어보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립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돈을 쓰면 후회가 적습니다. 언제나 후회가 적은 선택이 옳습니다. 후회만큼 가슴 쓰린 것이 많지 않기에. 


어느 날, 구글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뭐가 궁금하니?'라고.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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