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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Jul 15. 2021

무슨 '척'을 하며 살고 계신가요?

에세이 #63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생각만 많은 시간을 보내다.


 요즘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합니다. 인간은 아무리 스스로 멋진 척, 착한 척, 괜찮은 척을 하더라도 자기 그릇을 넘어가면 병이 나기 마련입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도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행동해야지 그것을 넘어서면 반드시 탈이 생깁니다. 착한 척, 괜찮은 척, 마음 넓은 척, 뭐 그런 척척 같은 행동이 다 그렇습니다. 


 가정에서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주변으로부터 존중받는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은 대동소이합니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기보다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뭐, 그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습니다. 삶이 원래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지내려고 부단히 애쓰다 보니 어느 시점에는 나의 모든 행위가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나의 행위와 생각이 상반된 경우가 잦아지고 나 자신이 세웠던 원칙은 우선순위가 뒤바뀌기 십상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생각으로 마음은 불안하고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안정감은 점점 옅어집니다. 


 그 무엇이 되든 어떤 '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실은 제 본모습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쩍 많이 느낍니다. 물론 그렇다고 삶의 대부분을 인내하고 참기만 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적당히 분노하고 꽤 많이 웃고 즐겁게 지냈습니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재미나게 지냈습니다. 또한, 오로지 내 감정에만 깊이 빠져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서 허우적대던 시간도 꽤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내 자아에 집착하여 주변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돌아보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중에 스스로 가장 후회하는 행동은 소심한 사람이 되기 싫어 쿨한 척했던 것인데 최근에 깨달은 사실은 '나는 절대 쿨한 사람이 아니다. 진짜 어떤 면은 스스로 너무 찌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입니다. 억지로 마음 넓은 척, 쿨한 척하는 것이 얼마나 버거웠을지.. 뭐하러 그런 평가와 시선에 갇혀서 나에게 먼저 묻지 못했는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타인은 너그럽게 이해하고 수용하는척하면서 정작 나에게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소박한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성장, 성공, 자기 계발, 지속가능성 등과 같은 단어가 머리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때론 잠깐 정지하고 모든 것을 돌아보는 시간 그 자체도 하나의 실패 혹은 실수로 치부하는 경향이 드러납니다. 저도 모르게 30대 후반에 불안에 쫓겨서 성공, 성장.. 이런 것에 더욱 집착했는지 돌아봅니다.


 20대에 한참 이런 류의 고민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던 때였습니다. 앞뒤 없이 서양철학 서적 몇 권을 읽고 마구잡이식으로 글을 써놓고는 대단한 사상이 담긴 것인 양 주변에 은근히 자랑질을 했습니다. 지적 허영심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체 텅텅 비어있는 내 안의 공허감을 자랑질로 채우려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철부지 같은 행동인데 30대 후반에 다시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게 저라는 존재를 정확히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작디작은 것이라도 내가 한 것이라면 그것이 아주 대단한 것처럼 자랑을 해야만 속이 풀리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정말이지 피곤한 스타일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지닌 본질을 들여다보면 꽤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니 실망스러운 내면을 절제하고 다시 원칙을 세워가는 시기가 온 듯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듣고 배려하자.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배려하고 듣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무더운 요즘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선까지만 애쓰고 노력해도 충분히 괜찮은데 그 범위를 계속 넘어서려고 무리하니깐 마음이 남아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마음을 쓴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마음이 물질적인 그 무엇도 아니고, 정량적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님에도 그런 표현을 씁니다. 마음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때가 있고 마음 쓰지 않고 싶은데 어떻게든 마음을 쓰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가진 총량을 배분하며 사용해야 하는데 그 이상을 넘어서며 애쓴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한 계절 한 계절 살아가면서 몸도 마음도 영혼도 내 안에 담겨있는 그릇에서 조금씩 빼서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살 한 살 나이 드는 것도 그렇겠지만 한 계절 한 계절을 살아내며 변화가 찾아옵니다. 나를 찾아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느라 애씁니다. 몸이 애쓰니 마음도 덩달아 애쓰게 됩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자 공허한 영혼이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애씁니다. 


팔 굽혀 펴기를 시작하고 찬물로 샤워하자.


 그러다 문득 생뚱맞게 결정했습니다. 팔 굽혀 펴기와 플랭크를 시작하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니 결론은 나지 않고 스스로 미로를 만들었습니다. 대안을 찾자. 그리고 행동했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간단한 운동을 하자.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고 감사해야 할 일들을 먼저 생각하자. 그런 단순한 루틴을 잃어버리고 생각에 짓눌려 있었습니다. 복잡한 사안과 생각이 24시간을 짓누르니 어느 장소 어느 곳에서도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한 순간에 한 번에 정리될 리 없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한 번에 하나씩 그렇게 시간이 쌓여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쌓을 시간을 놓치지 않고자 합니다. 샤워하러 가야겠습니다.



새벽이 지나자 무더위가 찾아옵니다. 

오늘도 꽤 더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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