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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01. 2023

불안감이 엄습하는 새벽녘에 빛이 스며든다.

아빠육아 #30

 아이 둘이 함께하는 아침은 무엇이든 규칙적으로 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꼭 두 딸에게 말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거야. 

 고은아, 나은아 너무너무 사랑한다. 

 너희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야. 

 다양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야!" 


 그리고 요즘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아빠 : 고은아, 할 수 있다!

고은 : 할 수 있다!

(하이파이브)


아빠 : 고은아, 할 수 있다!

고은 : 할 수 있다!

(하이파이브)


 그럼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나은이도 입으로 옹알옹알 소리를 내며 저에게 손을 뻗습니다. 저랑 몇 차례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곧 1년이 됩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좋은 동료와 함께합니다. 끝은 알 수 없으나 하루하루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회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늘어나던 밤이었습니다. 스스로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며 불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노력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겠지만 그 시간을 버티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 무렵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핑계로 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거울을 보고 나에게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은 왠지 모르게 부끄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고은이와 아침에 할 수 있다고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하면 스스로 힘을 얻습니다. 


 둘째 나은이는 자기 기분 좋으면 얼굴부터 비비고 애정을 표현하고 갈구합니다. 장난감 놀이, 음식, 인형 등 자기 호불호가 명확합니다.  


 엊그제 새벽 4시경에 나은이가 잠에서 깨서 크게 울었습니다. 자기를 안으라고 하더니 안방을 나가서 거실로 가자고 손짓을 합니다. 거실로 나와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품에 안겨 한참을 있더니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잠이 달아나 일어난 김에 멍~하니 있는데 고요한 새벽에 나은이의 숨소리가 들리고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참, 귀한 생명이구나!"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나온 것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경이로운 현상입니다. 나의 호흡이 일상이 되면 그 호흡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생명 그 자체의 경이로움을 잊고 있다가 새삼스레 새벽 4시에 생각하다니. 


 태어나 일어서고 기쁨과 환희를 만끽하고 슬픔과 고통 속에 침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곱씹어봅니다. 새벽녘 비몽사몽 중에 나와 아내를 닮은 자녀를 꼭 안으며 우리는 과연 어떤 관계이기에 이다지도 아무 이유 없이 만난 순간부터 자연스러운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1년이 되어가는 요즘 오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마음과 내일은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사이에서 몇 번이나 홀로 왔다 갔다 합니다. 


 사실 도전하지 않고 머문다고 하더라고 불안을 느끼지 않은 때가 없었고 후회가 남지 않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불안으로 점철된 삶이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고 고통스러운 좌절도 봄꽃처럼 낭만적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아마 또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시기를 낭만적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고통스러운 시기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삶이 그러하듯 깊은 밤이 지나면 새벽이 찾아오고 찬란한 오후가 지나면 저녁노을이 찾아올 것입니다.


 잠 못 이루는 새벽녘에 빛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 또 살아내 봅니다. 큰 기쁨도 깊은 좌절도 나를 찾아오는 손님처럼 잠시 머물다 지나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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