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약속.
‘내 몸에서 사람이 나왔다니...’
십수 년간 배워온 생물학 지식은 어디 갔는지.
지금 내 앞에 누워
평범했던 이 침대를 거대하게 만드는
어디 하나 안 작은 곳이 없어
더욱이 조심스러운 이 작디작은 생명체는
그 어떤 이론보다도 경이로웠다.
하루, 이틀...
신기함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아이를 바라보고, 만지고, 찔러보고
2시간마다 깨어 분유 먹고 트림하고
다시 잠드는 그 모습을 밤새 지켜봤다.
“나의 아가,
내 아가. “
출산 후,
‘하히호‘씨가 아닌
‘ㅇㅇ어머니“라는 호칭은 너무나 어색했다.
부르는 소리에 의식도 못하다 뒤늦게
벌떡 일어난 적도 있다.ㅎㅎ
모두 잠든 새벽, 그 며칠간의 사이
신기함은 이미 소중함으로 바뀌어 있었고
나는 변함없이 그저 멍하니 아이를 바라봤다.
저 작고 몽글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쩌면 저렇게 세상 편히 잘까.
누굴 믿고.
…!!
문장의 세트처럼 별 뜻 없이 내뱉어진 내 한마디가
솜사탕 같이 세상 연약한 아가의 잠든 얼굴과 겹쳐
덜컥, 겁이 났다.
아...
잠깐...
나는 내 확신도... 앞가림도 잘 못하는 사람인데...
이 여린 아이를 잘 책임질 수 있을까?
내가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걱정이 커지는 만큼 뒤를 따라붙은 불청객
... 두려움.
‘내가 옆에 없을 땐 누가 이 아이를 지켜주지?’
오늘 아침까지도
창문 밖 지저귀는 참새소리가 귀여워 바라보며
아기를 감싼 포대기처럼
포근하기만 했던 파스텔톤의 세상.
어느 순간,
이 모든 세상이 위태위태한
갈라진 시멘트의 차가운 벽처럼
위험이 도사리는 짙은 회색 빛 하램가로 느껴지고 있었다.
다음 날도 걱정, 또 걱정...
끝없는 걱정을 반복하고 난 후에야
나는 아이의 어디에도 닿아본 적 없는
맑디 맑은 말랑한 핵주먹을
내 손으로 감싸며 다짐했다.
“아가,
엄마가 부족한 만큼 더 노력할게.
완벽하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네 편이 되어줄게.
부족하다 해도 엄마가 평생 널 지켜줄게. “
처음에는
누군가의 ‘어머니’란 말조차 어색했다.
하지만
신기했고,
소중했고,
겁이 났고,
다짐했다.
그리고
...
약속했다.
나의 첫 다짐과 약속...
첫 디딘 마음의 시작이었다.
‘꼭 지켜줄게. 내 아가.’
"엄마야,
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눈이 나를 지키고 있었어요.
이미 엄마의 사랑 안에서 지켜지고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