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1
첫째의 뱃속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두 인격이 생긴 사람처럼
둘째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면서도...
그만큼 솔직히 겁이 났다.
'정말 둘째도 기억을 할까?
그때 둘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냐. 차라리 기억 못 하길...
엉뚱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
이 두 인격은
정말 피곤할 정도로
극단적인 반대 의견이었다.
첫째를 낳고
2살 터울 자매를 꿈꾸긴 했지만,
내게 '계획'이라는 단어는
육아서적 또는 다른 멘토 서적들에 나오는 말이었고
내 세계관엔 존재하지 않았다.
...맞다.
쉽게 말해 난 무계획자였다.
둘째의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감탄도 감동도 아닌,
첫째를 돌봐주시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전화로 조심스레 소식을 알리며
"엄마, 미안한데.."가 먼저 나왔고,
그 한마디는 지금도
나와 엄마의 죄책감 1번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첫째가 너무 사랑스러워
둘째는 그만큼 사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생긴 죄책감 0번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미안하지 않은
유일한 코믹 죄책감이다.
... 그리고 2년이 흘렀다.
둘째도 어느새 다섯 살.
나는 2년을 기다렸지만
역시 글은...
시간을 휙 - 건너뛰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두구두구두구.
기다리고 기다린,
그러나 미루고 또 미루고 싶던 이야기.
2년 동안 싸우던 내 두 인격은
지치지도 않았나 보다.
나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둘째에게 물었다.
"둘째야,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기억나? 어땠어?"
내 머릿속에선 여전히 난리였다.
'궁금해! 기억하지 마라..
궁금해!! 그냥 기억하지 마라...
궁금해!!! 제발 기억하지 마라...'
... 참 부지런히 싸운다.
유난히 작은 둘째의 얼굴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너만 보인단 말이야~"
노래 가사가 절로 나오려고 할 정도로.
그때,
도장을 살짝궁 찍어놓은 것과 같은
그 앙증맞은 입에
힘이 들어갔다.
"내 맘이 빠운스 빠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