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이야기-세 번째

둘째 이야기-2

by 하히호


드디어

기다렸고, 동시에 피하고 싶었던 이야기.


잠에 들기 전,

나란히 누워

나는 둘째에게 다시 물었다.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기억나? 어땠어?”


둘째는 질문과 동시에

내 품에 와락 안기며

나와 달리 서슴없이

어제의 일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엄마~

나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너무 힘들었어.

근데 줄 하나가 보여서

매달렸어.

나는 엄마가 너무 좋았거든.”


“……”


아이를 재웠다.


그리고..

자는 아이를 꼭 안고 엉엉 울었다.


우리 아가의 뱃속 이야기는

초기 진료부터 많은 눈물을 예약하고 시작되었다.


“자궁문이 이미 2cm 열려 있어요.

아이가 커질수록 아래로 쏟아질 수 있어요.

유산 가능성이 100% 가까워요.”


다른 산모들은 봉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아기 위치가 아래에 있어

잘못 꿰매다 양수가 터질 위험이 더 커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을 유난히 아껴주셨던

산부인과 원장님은

매번 진료 때마다 힘내라고 위로해 주셨지만

나중에 간호사분들께

“저 산모 어떡하냐...”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아가의 안부’는 내 눈물 버튼이 되었다.

하루 종일 움직이지 말고

바로 누워 있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움직이지 못해 몸무게가 30kg 이상 늘어

일어나기조차 힘들었지만

'아기의 안부'는 나에게 유일한 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님의 심각한 표정에

덜컥 겁이 났다.


'아... 제발..

아가야... 제발...'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엄마,

지금 아가가 탯줄을 몸에 감고 있어요.

보통의 경우라면 목에 감길까 위험한 상태인데

우리 아가는 밑으로 내려갈 수 있으니

그나마 이렇게가 더 나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다른 태아에게 위험한 상황이

내 아이에겐 다행이라는 말...

그 위험을 다행으로 여겨야 함에

안쓰러움이 밀려와

마음의 한 획 하나하나 미안해

마음이 허물어졌다.


첫째처럼 행복한 태교도 못한 죄책감 2번...

임신초기에 일 스트레스가 심했어서

혹시 그 때문일까 하는 죄책감 3번...

하루 종일 바로 눕는 게 너무 힘들고 아파

옆으로 앞으로 엎드린 내 못난 인내심 죄책감 4번...

회피하듯 누워 멍하니 핸드폰만 보던

내 못난 행동 죄책감 5번...


이 모든 것이 온 힘을 다해 버텨주는 내 아기에게

어른답지도 엄마답지도 못했던 것 같아

나의 죄책감이 모든 신경을 날카로이 찌르는 가시 같았다.


걱정, 고민, 미안함, 기특함, 고마움, 초조함이

가득했던 나날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이렇게도 반가운 적이 있었던가...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란 적이 있던가...


만삭이 된 나는 직접 병원에 갔다.


저 아기 낳으려고요!!”


우리 기특한 둘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업적을 세운 날이었다.


병원 관계자 모두가

“못 버틸 텐데...”의 예상을 깨고

오히려 예정일을 넘기며 나오시지 않아

그 놀라움에

아직도 병원에선 '기적의 아이'로 통한다.


우리를 지키느라 힘든 내 아가에게

오늘만큼은 그 버팀에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드디어 생긴 날이었다.


그리고 가장 날 조급히 만든 것은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잘했다고...

고맙다고...

우리 딸 최고라고...

그 작은 몸으로 고생 많았다고...


직접 꼬-옥 안아 말해주고 싶어

두려움 없이 행복한 발걸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아이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이제 내가 할 일은

경력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그렇게 경력자로서

진 진통 후,

5분 만에 출산.

경력자 만세!!


우리의 뱃속 이야기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렇게 해피엔딩이었다.

해피엔딩을

우리 아가가 만들어줬고

우리를 지켜줬다.


그리고...

기억했다.


“아가.

씨앗보다 작았던 우리 아가야.

엄마가 아닌

우리 아가가 엄마를 지켜줬어.

온 힘을 다해 버텨줬어.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정말 정말...

이제 엄마가 아가가 지켜준 큰 사랑

더 크게 평생 소중하게 돌려줄게.

사랑한다 나의 딸아.




“엄마.

너무 힘들었는데

하늘에서 튼튼한 동아줄이 내려왔어요.

엄마 만날 생각만 하고

그 동아줄을 잡고 버텨 드디어 엄마를 만났어요.

저 잘했죠?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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