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뱃속 이야기, 그 속편

by 하히호

나에겐
'신의 한 수’가 있다.


지금까지의 위기를
나는 그 신의 한 수 덕분에
여러 번 넘겨왔다.


뱃속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첫째 임신 때는 유산기,
둘째 임신 때는 조산기.


그 만만치 않은 언덕들을
정말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의 정성과 약손으로
버티고, 잘 넘겨왔다.


그 신의 한 수는
다름 아닌
나의 친정어머니다.


우리 엄마는 참고로
나의 삶의 이유셨고,
든든한 방공호였으며,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결혼 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신의 한 수가 되셨다.


앞 글에서
뱃속 이야기의 첫 문을 열었던
첫째의 유산기 이야기는 이렇다.


결혼 전,
부인과 검진 중 들은 말.
“자궁이 많이 약하셔서
나중에 임신이 힘드실 수 있어요.”


아직 먼 이야기라 여겼던 탓일까.
아이를 꼭 가져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이 되어 있는 그에게
그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 역시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연애의 스윗 호르몬이
넘쳐나던 시기였던 건지
덤덤히 말했다.


“그래.
생기면 감사한 거고,
정말 안 되는 일이라면
그땐 우리 둘한테 집중하고
여행 다니며 살자.”


그 말이
나를 조금은 내려놓게 했던 걸까.



우리는
한 방에 임신이 되었다.
하하하.
내 오른손 두 손가락이
수줍게, 저절로
브이를 그리며 올라간다.


하지만 뿌듯함은 잠시였다.


첫 진료부터
아기집이 자리를 잡지 못해
위험하다는 소식을
아이의 첫 소식으로 듣게 되었고,
조금씩 있던 하혈은
내 걱정과 불안이 불어나듯
함께 늘어나며 멈추질 않았다.


유산기 판정.
먹어도 괜찮은 건지조차
망설여지는
한 봉지 가득한 처방약을
손에 쥔 채
나는 넋이 나가 있었다.


그때도 역시
가장 먼저
나를 향해 화살을 돌렸다.
‘내가 더 건강했더라면…’


남편은
내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일을 쉬게 했고,
늘 티격거리던 친정오빠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1시간을 운전해 와
나를 태워주었다.


그리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엄마는
두 팔을 걷고
신의 한 수가 되어주셨다.


또,
밤마다 기도를 하셨다.


엄마는
검색을 하고,
책을 찾아보고,
밤새 무언가를 공부하셨다.


그 밤샘 공부의 결과는
연근과 요구르트를
함께 섭취하면
지혈 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약 말고,
부작용 없는 음식으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밤의 애절한 기도 모습과 달리
엄마는 씩씩하게
나를 일으켜 세워주셨다.


내가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실 때까지
엄마는 곁을 지켜주셨다.


특효 음식과
정성 가득한 반찬을 먹으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든든함이 차올랐고,
입가에도
조심스럽게 미소가 돌아왔다.


며칠 뒤,
정말 신기하게도
약을 먹어도 멈추지 않던 하혈이
거짓말처럼 멈췄고,
불안하던 아기집 위치도
병원 의사 선생님이
놀랄 만큼 안정되었다.


특히 아가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자기 집을 단단히 지어놓고 있었다.


모두의 배려와
신의 한 수,
엄마의 첫 번째 활약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던
뱃속 이야기 두 번째 편처럼,
둘째 때는
조산기가 찾아왔다.


쿠웅ㅡ
효과음이
머릿속에 저절로 울렸다.


두 눈은 깜빡이지 않아도
뚝뚝 떨어지는
딸의 눈물을
말없이 바라보시던 엄마.


또다시
밤샘 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엄마표 처방이 내려졌다.


이번에도
부작용 없는 방법이었다.

어느 약초를 달여
물처럼 마시는 것이었는데,
그 덕분이었을까.
아이는 예정일을 지나도록
버텨주었다.


병원에서도
“대체 뭘 드신 거냐”며
알려주고 가라고 하실 만큼,
벌써 두 번째로
의사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


정말 신의 약이었던 건지,
그 약초의 이름은
엄마도, 나도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내가 내 아가를 지키고 싶었던 것처럼,
엄마 역시
엄마의 아기인 나를
지키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슬퍼하는 딸을
묵묵히 바라보고,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신의 한 수’라는 특효약으로
펼쳐졌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나의 엄마는
지금도 나를 육아해 주시며
가장 친한 친구에서
신의 한 수로,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
엄마라는 방공호로
곁에 계신다.




“언제 벌써 어른이 되어
엄마가 된 나의 아가야.
엄마도 평생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단다.
사랑한다,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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