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판사

조금만 양심을 버린다면 솔로몬의 지혜는 가까이 있다.

by 하히호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증거 중 하나.
‘엄마’라는 말을 하루에 천문학적 수로 부른다는 것.

오늘도 감사하게
내 귀엔 쉬지 않고 ‘엄마’가 흘러들었다.

아직 서로 몸싸움 한 번 한 적 없는 자매.
사이좋을 때는

“우리 언니는 왜 이렇게 이뻐?
나는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제일 좋아.”

“너는 어쩜 이렇게 깜찍해?
세상에서 젤 귀여운 애가 내 동생이라 너무 행복해.
너 같은 동생은 없어.”

...

대체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워왔나 싶은

느끼한 멘트로 서로를 아끼고 칭찬한다.

물론,
몸싸움은 안 한다 했지.
말싸움은 안 한다고는 안 했다.

그날 따라 둘이
서로 이르기 대회라도 여는 날이었는지
한 명이 이르면
곧 한 명이 와서 맞받아치고,
한 명이 울먹이며 하소연을 하면
다른 한 명은 억울하다는 듯
목청을 한 톤 더 올렸다.

쉴 틈 없이
“엄마, 내 말 들어줘!”를 외치는 삐약이들에게
“그만 일러라”라고 토스를 올리면

그 작은 입들로
이렇게 되돌려준다.

“엄마는 다 알아야 하잖아.”
“이르는 게 아니라
엄마한테 알려주는 거야.”

철저히 합리화된 스파이크.
받아낼 수가 없다.

어찌나 충실하고 성실한지,
나에게 달려오는 작은 보폭의 빠른 발걸음과
한 발짝이 들릴 때부터

동시에 시동이 걸리는 입의 모터는

매번 열정 과다 상태다.

나는 평소 말한다.

“엄마는 너희들의 판사가 아니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이글거리는 눈망울들을 외면할 수 없어
기꺼이 ‘판사 엄마’가 되기로 했다.

'... 원한다면야...'

나의 입에서 판결문이 내려졌다.

“자매님들!
너희에게 자매의 정이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으므로
지금으로부터 자매를 하지 말지어다!!”

땅. 땅.

깔끔한 판결이었다.

심리학 교육을 잠깐 배웠을 당시,
훈육을 이런 방식으로는 하지 말라는 것 같았는데...

나는 지금 그 목록을
하나하나 성실히...

가물가물한 기억의 핑계로 지워가고 있다.

괜찮다.
스쳐 지나간 듯 배운 거라
내가 잘못 이해했을거다.
...라고 생각한다

깨끗한 정수기 물에도
단점은 있지 않나.
미네랄이 없거나 줄어든다는 것.

결국 우리는
어떤 날은 이론을 따르고
어떤 날은 막 살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넘긴다.

... 설명이 길어진 걸 보니
스스로의 판결엔 만족했지만
저기 조금 남은
양심은 살짝 찔렸던 모양이다.

흠흠.

다시 상황으로 돌아와 정리해 보면
나의 만족도는 최상,
아이들의 만족도는 최하.

둘은
순간 정지된 영상처럼 얼어붙었다.

그러곤
동시에 항소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둘이...
같이 한다?
같은 편이다?

서로를 꼭 껴안고
통통한 한쪽씩의 볼때기를 맞댄 채
대성통곡이 시작되었다.

“나는 계속 언니를 할 거고!”


“나는 계속 언니의 동생을 할 거야!”


“엄마, 제발 우리 자매 하게 해 주세요!”

존대와 반말이
묘하게 섞이는 항소였지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을 안은 것처럼
꼬옥 껴안고 있는 자매를 보며
나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훗.
나는 솔로몬의 지혜와 같았다.
대. 만. 족!'




항소자 曰.

부들부들...
“나쁜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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