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이토록 정확한 사례가 또 있을까.
나의 남편은
화성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단,
집. 에. 서. 만.
한정이다.
다행이다.
그는
다름을 인정받고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순도 높은 특이함을 보유하고 있다.
나의 남편을 아주 간단히
한 가지만 설명하자면 이렇다.
특히 기분이 좋을 땐
본인 방에서 외계어를 한다.
“리스토란떼~~~~~~!!!!”
뜻은 ‘레스토랑’.
기쁠수록 발음은 자유로워지고,
심심할수록 성량이 커진다.
마치
오페라와 자기 암시의 중간 지점 어딘가.
본인은 이것을
‘본인을 위한 응원가’라고 주장한다.
라따뚜이를 보고 시작했다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그 영화가 끝난 지가 한참이라는 점이다.
왜 아직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굳이 묻지 않는다.
본인만 즐겁다면야...
그저 문 밖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
‘아, 오늘은 기분이 괜찮구나.’
하고 해석하는
일종의 우리 집만의 생활 알림음이다.
여자들로 가득 찬 우리 집에서
유일한 청일점.
그런데
또 가장 새침한 존재다.
관심이 많아지면 귀찮아하고
관심이 없어지면 서운해한다.
이건 고양이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신랑 이야기다.
예전 일화 중,
고기 함량이 높은
좋은 소시지를 사 와도
미리 먹고 싶다 말한
‘어릴 적 추억의 밀가루 소시지’가 아니면
대놓고 토라진 적이 있었다.
맛의 문제가 아니다.
의견 존중의 문제란다.
예전엔 '좋은 걸 사줘도...'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이제는 이해도 간다.
남편 사용설명서를 익혀가긴 하나보다.
이렇게 보면
어린 남아 같은 이 남자가
우리 집 여자들을 책임진다며
매일같이 고공분투 중이다.
그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고맙고, 대단한데
이 감정들 사이에
설명하기 애매한 감정 하나가 사이사이 끼어들어
마음이 가끔 꼬인다.
친정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남자도 열 달 배불러 나온
똑같은 사람이다."
시대가 바뀌어 역할분담도 많이 바뀌었지만,
평균적으로 연애 때부터 결혼까지
한국 사회에서 ‘남자’라는 이름 아래
책임값이 여전히 있다는 생각은 인정하는 바이다.
나 역시 "남자가..."라는
기대와 편견이 있었던 것인지
지난날을 뒤돌아 보면
내 나름의 기준치에 못 미친다 생각 들면
마음과 말을 편치 않게 했던 적이 있어
어머니의 말씀의 뜻을 이제야 이해를 한다.
세상에 대한 통찰과 함께
딸이 남편을 '남자가..'라는 기대의 틀보다
서로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책임감을 지는 것에
당연보다는 고맙고 안쓰러운...
사람 대 사람인 마음으로 바라보며
스스로도 평온하길 바라는
부모의 진심이 함께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집에서는
이렇게 풀어져
첫째 아들처럼 투정 부리는 이 남자가
밖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
보호막 하나 없이
파도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로또보다도 안 맞는다 생각 들었던...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만 모아둔 것 같은 부분들을
잠시 서랍 끝에 넣어두게 된다.
그리고는
열어보지도 않은 채
그냥 잊는다.
한 때는 그도
왕자님처럼 살던 남자친구에서
아들 같은 남편이 되었고
이제는
방패가 되어주는 아빠가 되었다.
그러니 가끔은
이런 말도 해주고 싶어진다.
“당신,
참 많이 애쓰고 있구나.
고마워.”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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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훈훈하게 끝맺음을 하고 싶지만,
이상하게...
이렇게 칭찬을 하면...
징크스처럼 꼭 밉게 군다.
마치
칭찬을 들으면
자동으로 반대 행동을 실행하는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칭찬은
마음속으로만.]
"취소.
퉤 퉤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