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원오프 존재
역시나
전 편의 ‘취소 퉤 퉤 퉤’는
약했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혈압까지 함께 올려주셨다.
이 정도 감이면
차라리 로또 번호에
집중시켜볼까 싶다.
이렇게
하이파이브를 해도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만
간신히 마주칠 것 같은 우리 부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우리가 한 팀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몇 년 전,
온 가족이 드라이브를 하던 날이었다.
남편은 운전석,
옆자리는 친정어머니,
뒷자리는 아이들과 나.
전 날,
남편과 일적인 의견 차이로
한 차례 힘을 빼고
오늘만큼은 평화의 장을 열어보자며
다소 딱딱한 공기의 드라이브를
서로 애써 유지하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빵——!!!
‘내 차가 박아도 네 탓’인
그 브랜드의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고,
놀란 뒤차가
크랙션으로 놀람을 대신했다.
1분쯤 지났을까.
아까 잘못했던 그 차가
우리 차 옆으로 바짝 붙더니
창문을 내리고
판소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
친정어머니께서
차분히 창문을 내리시고
말씀하셨다.
“아저씨,
뭐 때문에 다짜고짜 욕을 하세요?”
그러자 그 아저씨,
상황 파악은커녕
헛다리를 제대로 짚으며 외쳤다.
“왜 빵거려!!!!! 이 어흐으~~~~~얼쑤야!!”
그리고는
본인보다 연배가 분명한
우리 친정어머니를 앞에 두고도
남편을 향해 욕을 이어갔다.
그 순간,
남편이 욱— 하려다
뒷자리에 아이들이 있다는 걸 떠올렸는지
아님 전 날의 영향으로 기력이 없던 건지
기적처럼
감정의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숙면 중.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천둥 번개에도
잘 자는
집중력 최상급 효녀들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뒷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의 판소리가 시작되었다.
“아~허이이~~~~
흥부가 기가 막혀~~ 얼쑤~~!!”
예상치 못한 등장 전환과
쇼미더머니 뺨치는 디스 판소리에
감격하셨는지
상대 아저씨는
급 우회전을 하며 도망쳤다.
마치
무대의 막이 내려가듯
나의 창문은 닫혔다.
관람객 1번.
친정어머니는
입을 다물지 못하셨고,
관람객 2번.
남편은
만족의 얼굴로
한마디를 남겼다.
“수고했다.
기력 채우러 소고기 먹으러 가자.”
분명
어제의 찝찝한 감정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던 나는
속으로 남편만을 위한 가사를
조용히 읊고 있었는데,
초대하지도 않은 소리꾼이 난입해
친정어머니께까지 들리게끔
엉뚱한 자기 가사를 불러대니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역시
이러쿵 저러쿵해도
그대를 위한 가사는
나만 부를 수 있다.
‘당신은
나의 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