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비밀 스팟.

게릴라 공연

by 하히호


우리의 비밀 스팟.
장소는 지하 주차장 3층.

조금 은밀하고,

조금 숨겨둔

우리 부부 사이의 비공식 장소다.

어느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같이 이동하게 되는 그런 곳.

실제로 아주 뜨거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 시간을 지나

어느새 10년 차 부부의 기억 저장소가 되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지정한 장소는 아니었다.

로맨틱한 합의?
비밀스러운 계획?
그런 건 정말 하나도 없었다.

결혼 2년 차.
혈기는 남아돌고,

감정은 제어 장치가 고장 난 상태.

우리는

그렇게 자주...
그리고

아주 크게...

서로를 향해 혀를 내미는

두 마리의 독사가 되었다.

맞다.


이곳은 우리만의 ‘게릴라 공연장’이자

'치열한 전쟁터'였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떠올리기 싫은 뭉쳐진 페이지이다.

부부의 치열함 속에서도

부모의 양심은 다행히 살아 있어,
아이 앞만큼은 무대가 되길 원치 않았다.

독사 같은 혀에서 맹독이 튈까

숨겨두는 마음만큼은 유난히 단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집을 피했고,
방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방은 너무 가까웠고,
거실은 너무 공개적이었다.

지하 주차장 3층.
그만큼 비공개 게릴라 공연으로
좋은 무대는 없었다.

그 시각,

들어오는 차도

사람도 없어
차 안에서 감정이 터진다 한들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것 같은 곳.

우리라는

두 배우만 그 무거운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공간.

애석하게도
우리의 공간은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가 아닌
독기를 품은 부부의

게릴라 공연장으로 그렇게 사용되었다.

말싸움 성지.
감정 폭발 명소.

관람객 하나 없어도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두 배우.


대사 하나 놓칠까

치열했던 두 배우.

그게 우리였다.

늦은 밤,
혹은 모두가 하루에 지쳐 잠든 새벽.

우리는 그곳에서 하루를 쓰고 남은 에너지를

마지막 잔액처럼 끌어올려
서로를 끌어내리고,
비난을 현재에 던져,
미래까지 인질로 잡았다.

‘모든 사람이 알아도 아이만 모르면 된다’는

눈 가리고 아웅 가면 철학.

그렇게 지하 3층 땅속의 독사처럼
숨어 서로를 흠집 내는 데 열심이었다.

허나,
지하 3층까지 피해 내려왔는데도

해결의 오름은 없이

이상하게 상대의 말 한마디에 지하는 더 깊어졌고,
서로가 파놓은 독기 어린 구덩이에서

도무지 나올 수가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감정에는 최저층이 없다는 걸.

직접 땅을 파봐야 아래에 뭐가 있는지 안다더니,
우리는 언 땅을 파헤치고 파헤쳐 얻은 것이라곤
휘어진 삽과 끝없는 어둠 속에서 마주 서 있는

지친 독사 두 마리뿐이었다.

지금은 현재는
그 공간이 본래의 용도인
주차장으로만 쓰인다.

그 사이 우리는 목소리를 높이기엔 체력이 없고,
다투고 나면 몸이 먼저 아프다.

웃프다.

그리고 무엇보다 깨달았다.

서로 다른 독사가 싸우면

결과는 서로의 독에 중독되는

막장 클라이맥스밖에 없다는 걸.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미숙한 부부다.
웃다가 화내고,
울다가 풀고,
또 살아간다.

다만 지하 3층까지 내려가지 않고

요즘은 신발장쯤에서 화해한다.

다툼의 시작엔 이유가 있지만,
비난의 시작엔 이유 없이
물린 이빨자국과
허무함만 남는다는 걸 이제는 아는 것 같다.

사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중이라
힘도 아껴 써야 한다.

우리의 끝없던 지하도

요즘은 조심스럽게 메워가는 중이다.

가끔 다시 팔 때도,
파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곳은 이렇게 남아 있다.

은밀했고,
뜨거웠고,
어리석었던 우리의 흔적.

나와 남편과,
그리고 지하 주차장 3층.

무대 아래
우리만 아는 그 게릴라 공연의 기록.




"두 독사의 게릴라 공연은 무한 중단합니다.
사용은 사용처에 맞게 주차장으로 반납하고,
삽은 이제 내려놓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