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
우리 남편의 취미는
헬기, 드론, RC카다.
신혼 때,
소파에 평화롭게 앉아 TV를 보던
임산부 한 명과, 그녀의 어머니인
모녀 앞에
우리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웃통을 벗고 등장했다.
묻지도 않은 헬기를 품에 안고.
“쉬ㅡ웅! 쉬ㅡ웅!”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마치 공군사관학교 교수처럼
조종 이론을 설파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는 첫째 아들이 있구나.’
‘저 아들은 조종사가 꿈인가 보다.’
훈훈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신혼 때라.
안방을 취미방으로 내어준 뒤부터는
그 방에서 들리는 소리로
그들의 증식 상황을 파악했다.
쉬ㅡ잉... 쉬ㅡ잉...
헬기 한 마리 추가요.
위ㅡ잉... 위ㅡ잉...
드론 번식 성공이요.
이웅ㅡ... 이웅ㅡ...
RC카 입양 완료요.
이렇게
몇 번의 시범 운행 후,
“부품 좀 사러 병원 간다.”며 나갔는데
도착지가 산부인과였는지
꼭 하나씩 더 늘려
품에 안고 들어왔다.
나는 그걸 보며 다시 각인했다.
‘취미가 있는 건 좋은 것이다.’
그래서
잔소리 대신
안방을 내어주고
배치도 해주고
정리도 해주었다.
그 안에서 나오지 말란 뜻은… 아니다.
절... 대...
저... 절... 대...
나는 거짓말을 하면
말을 왜 더듬는지 원...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다.
몇 날 며칠을 뜯고 붙이고
닦고 조이고
정성을 갈아 넣은
가장 큰 헬기.
동아리 형님과 함께
비장하게 출정했다.
그 모습은
마치 전투기 출격을 앞둔 파일럿.
현실은 송도 갈대밭이지만...
그런 모습이 바라만 봐도 재밌고
좋아 보였다.
그때의 나는
취미를 가질 여유가 없었기에
우리 중 누구 하나라도
자기 세계를 잃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돌아왔다.
항상 두 손 가득이던 그들은 사라지고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조종사처럼
가방 하나만 덜렁.
궁금했지만 참았다.
가만히 있으면
저 사람은 알아서 와서 말해준다.
특히 억울할 때는
자발적 브리핑을 한다.
그는 방에서 다시 나왔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
장모님께 먼저 간다.
아.
이건 전략이다.
장모님께 먼저 간 것은
‘내 속상함을 이해받고 싶다’는 감성 선공이자
나를 피해 간 것은
‘잔소리 차단막 설치’ 작전.
나는 궁금함을 삼키고
조용히 근처에 앉았다.
“갈대밭 공터에서 날리는데…
어쩌고... 저쩌고...
이쩌고... 요쩌구... ”
요약하면 이렇다
.
헬기는
이유 모를 어떠한 점으로
날다 추락했고,
송도 갈대밭 어딘가에 떨어져
한 시간 수색 끝에
행방불명.
그렇게
어여삐 대해준 그의 손을 떠나
자유를 택했다.
저리 잘해주니
질려서 가출한 모양이다.
지금도 송도를 지나갈 때면
나는 고개를 숙인다.
잠시 묵념.
‘잘 잠들었기를... ’
어쩌면
갈대 사이에서
이제 역할을 바꿔
고고학적 자존심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옆을 쓱 보며
남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더 밝은 얼굴로 말한다.
“오빠는 후손들에게 유물을 남긴 거야.”
“1억 년 후,
고고학자가 발굴하면서
‘선조들은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고 논문을 쓸 거야.”
“기록이 없다면...
우리 조상들이 작았고
이걸 타고 이동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고.”
나는 진심 어린 얼굴로
엄지 척을 한다.
이렇게
남편의 상실을
문명사적 업적으로 승화시켜 주는...
나는 정말 착한 아내다.
“헬기 짱,
오겡끼데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