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딸, 나의 딸

남의 딸은 서럽다.

by 하히호


아이들을 등교, 등원을 각각 시켜 보낸 뒤

나는 잠시 숨 돌릴 쉼을 택했고

친정어머니께서는

“약국 좀 다녀올게” 하고 외출하셨다.


남편과 나,

둘만 남은 집.


탁. 탁. 탁.

무소음이라던 벽시계가

굳이 존재감을 드러낼 즈음.


나 밥~~”

옛 예종시계처럼

배꼽시계 정시를 알리며

뻐—꾹 하고 울리는 남편.


밥을 차려주고 나니

이번엔

“같이 앉아 있어 줘.”

식사할 땐

옆에 사람이 꼭 있어야 하는

어른 아이 스타일이다.


나는

내 소중한 오전 시간을

기꺼이 투자해 준다.


...라고 쓰지만

솔직히 말하면

궁둥이는 식탁에

마음은 이미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가만히 보기만 해도 되는데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이 입은

결국 쓸데없는 말을 꺼낸다.


어젯밤 숏츠에서 봤던

그 질문.


“오빠,

오빠가 보기엔

내가 결혼 잘한 거 같아?”


말을 뱉는 순간

직감이 외친다.

'나여,

그 입 다물라.'


후회는

말보다 빠르게 추월했고

후회 통장에

+1이 적립됐다.


남편은

국을 먹다 고개를 들더니

꽤 당당하게 말했다.


"나도 단점은 있지만

솔직히 나 정도면

나쁘지 않지.”


'......'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저 문장은

키보드를 치기 싫게 만든다.


질문을 한 것에

더 후회되게 만드는 것은

그의 표정이다.


盡心...

진심 중의 '진심'이다.


결혼식장에서도

못 본

저 확신에 찬 얼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그리고

또 하나의 후회를

자발적으로 추가한다.


'나씨!!!

다물라고!!'


이번엔

조금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그럼 오빠랑

똑. 같. 은 사람하고

우리 딸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어때?”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내 마음은

내 입을 매우 치고 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내 마음의 외침.


'취소! 퉤 퉤 퉤!!!!!!!!!!'


잠시 생각에 잠긴 남편.


아까

나에겐 1초 컷이던 대답이

이번엔 유난히 길다.


심지어

‘만약에’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 분께서

웬일로 가상세계에 진입해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말했다.


“음...

내 의견만 본다면

솔직히 반대할 것 같아.

나보단 말씨도

표현도

더 부드럽고

좀 더 가정적인 사람이면 좋겠어.”


?


내 머리 위엔

굵은 글씨의 물음표 하나가

크게 떴다.


뭘까...


아, 본인 단점은 아는구나의 '야호.'

나랑 같은 생각이네의 '다행이다.'

딸들은 또 다르구나의 '흐뭇.'


그런데

이 총점의 감정은 '분노.'


정확한 감정은

어이상실과 분노가 분명했다.

세트 메뉴처럼 묶여 나왔다.


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소화하지 못한 채

나의 어머니께서 계시는

약국 방향으로 외쳤다.


“엄마 아아아—!!!

봐아아아 아!!!!!!!!”




"음식에 체하면

소화제.

남편에 체하면

견제.

엄마 호출은

선택제.
말조심은

의무제.

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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