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나 -1

나의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by 하히호


처음 달라진 나를
훅— 하고 자각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첫째는 거울.
그리고

예상밖의 노래.

이상하게도
나를 울컥하게 만들던 노래였다.

아이유의 ‘드라마’.
가사를 다시 떠올려보면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조용히 흔들렸는지 알 것도 같다.

[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


단역을 맡은 그냥 평범한 여자
나의 드라마는 또 이렇게 끝나
나왔는지조차 모르게]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엄마였고,

아내였고,
아줌마였다.

그저 스며들 듯 바뀐 생활뿐이었는데
덤덤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속 어딘가에서
설명하기 힘든 허전함이 스르르 올라왔다.

그리움이라 하기엔 애매했고,
불만이라 하기엔

아이들을 보면

또 아니었다.

예전의 화려함이

돌아오길 바란 것도 아니었고,
지금의 자리가 싫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때의 나는
세상을 ‘컬러풀’하게 느꼈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린 것뿐이다.

지금의 나는
역할의 이름을 내려놓고 나를 봤을
마치 채도를 조금 낮춘 화면처럼 느껴졌다.

고요했고,

선명하지 않았다.

시간이 더 흐르고
그 허함마저 일상이 되었을 무렵,
다시 그 노래가 들렸다.

쇼윈도에 비친 나는
여전히 과거와 다른 체형을 하고 있었고..

아니...

변화는 있었다.


벌크업이 더 되었던가...
하하...

그리고
양손엔
내 세포 같은 아이들이 매달려 있었다.

두리 둥글해진 나와
깍지 낀 두 개의 작은 손.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예전 허한 마음이 언제 들었냐는 듯
집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빨랐다.

예전처럼 멈춰 서서
‘그때의 나’를 떠올리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데리고
후다닥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 펜을 들었다.



'무채색이라 생각했던 나.

허나,
내 양손에는 두 개의 형광펜
손에 쥐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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